NC 응원단 랠리 다이노스 창단 첫 통합우승 숨은 주역
올시즌 경기장 밖 팬들 대신 선수들에게 응원의 힘 전달
창원서 팬들 사랑 몸소 느껴 지역사회 봉사로 돌려주고파

NC의 통합우승에 힘을 더한 이들이 경기장 안팎에 있다. 랠리 다이노스 장세정(33) 팀장도 그중 한 명이다. 장 팀장은 경기장에서 팬들의 응원을 선수들에게 전하며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NC 복귀 첫해 통합우승 이끌어 = 2020 KBO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NC의 통합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만이 눈물을 흘린 건 아니었다. 1루 쪽 응원석에서 팬들과 함께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던 응원단원도 눈시울을 붉혔다. 랠리 다이노스 이범형 응원단장, 이규래 장내 아나운서, 장세정 팀장과 치어리더들이 거둔 '응원의 결실'이었다.

올해 NC 치어리더로 복귀한 장 팀장에게도 만화 같은 일이었다. 자신이 차린 회사에서 치어리딩을 맡은 첫해 NC가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으니 말이다. 10위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며 은퇴했던 2018년을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2018년이 마지막 시즌이라고, 다시는 단상에 설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어요. 그래서 뭔가 힘이 빠졌어요. 우승 한 번 못 해보고 은퇴하는구나…. 그런데 제가 차린 회사에서 새로운 팀원들과 새로운 야구장에 돌아왔을 때 NC가 정규시즌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 제패까지 했잖아요. 제가 응원단 팀장이라는 게 정말 자랑스럽고, 시즌 내내 팬들이 없는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기운 빠졌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우리 열심히 잘했구나. 나 응원 열심히 했는데 그거를 보상받는 기분이었어요."

▲ 지난 5월 8일 창원NC파크에서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홈 개막 경기가 무관중으로 열렸다. NC 치어리더들이 텅 빈 관중석에서 응원을 하고 있다.    <br /><br />/경남도민일보 DB
▲ 지난 5월 8일 창원NC파크에서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홈 개막 경기가 무관중으로 열렸다. NC 치어리더들이 텅 빈 관중석에서 응원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이제는 어엿한 창원시민 = 2018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만 해도 NC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장 팀장은 이후 수도권에서 약 1년간 치어리더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몸과 마음을 재충전했다. 아팠던 무릎도 나아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창원과 인연을 맺을 일이 없을 줄 알았건만 NC가 장 팀장의 연륜과 노하우를 높이 사면서 다시 응원단상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자신이 차린 회사에서 2020시즌부터 치어리딩을 맡는 데다 치어리더 아카데미도 협업해 운영하기로 했다. 수도권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 장 팀장은 올해 2월 주소지도 옮기면서 창원시민으로 이름을 올렸다. 뿌리를 내리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사태로 시범경기가 취소되더니 정규시즌 개막일도 연기됐다. 치어리더들은 경기당 급료를 받고 있었다. 팀원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장 팀장에게 힘든 나날이 이어졌다.

"다행히 5월 5일 개막하고서는 한 번이라도 더 경기에 나서게 해주려고 프런트에서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해줬어요. 저희 랠리 다이노스가 다른 구단에 비해 인원이 많아서 투입되는 경기 수가 적었는데 어떻게든 채워주려고 하셨죠. 개막전부터 정규시즌 끝날 때까지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랜선 응원을 한 것도 그렇고요. 고마울 뿐이에요."

◇"지고 있을 때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뛰어야" = NC 치어리더는 8명이다. 장 팀장을 포함해 윤요안나·나혜인·이주희·황별님·주승은·김하나·박민선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했지만 선수들로부터 응원받기도 했다. NC가 5월 13일부터 리그 1위를 질주했기 때문이다.

장 팀장은 "팬들이 없는 야구장에서 성적도 좋지 않았다면 저희들의 기운이 조금 빠졌을 것"이라며 "팬들이 없는 시간, 코로나19로 생계가 조금 위협받은 시간을 좋은 성적으로 보답 받은 거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응원단상에 올라서는 순간부터는 지고 있더라도 내색하지 않는다. 응원석을 채운 관중들의 어깨가 처진 모습이 먼저 보인다. 이들을 일으켜 세워서 역전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선수들에게 보내야 한다. 팬들의 함성을 이끌어내는 것, 그리고 그 힘을 전달하는 게 응원단이 해야 할 일이다.

"지는 경기에서 제일 많이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지거나 점수차가 많이 나면 힘들죠. 그런데 저희는 프로잖아요. 관중 한 분이라도 일으켜 세우고 어떻게 해서든 힘을 나게 해서 응원의 힘을 선수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게 저희의 역할이거든요. 지고 있을 때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뛰어야지요."

▲ 올해 랜선 응원할 때 찍은 사진. 맨 왼쪽이 장세정 팀장. /NC
▲ 올해 랜선 응원할 때 찍은 사진. 맨 왼쪽이 장세정 팀장. /NC

◇후학 양성에도 앞장 = 장 팀장은 NC와 협업해 창원NC파크 근처에서 '주니어 랠리 다이노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춤 전문 아카데미로 장 팀장을 포함한 치어리더들로부터 춤을 배울 수 있다. 치어리딩·방송댄스·걸스힙합 등 3가지 수업을 하는 가운데 유아부부터 입시부까지 맞춤형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아카데미는 후학을 양성하고 치어리더 고용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한다. 현재 45명이 수강하는데 초등학생 비율이 높다.

장 팀장은 이들을 교육해 치어리더를 직업으로서 인식하게 하고 야구장에서 필요한 사람임을 느끼도록 만든다. 월급을 받지 않는 치어리더들은 선생님으로 활동하면서 고정 수입을 얻으니 안정적으로 종사할 수 있다.

장 팀장은 2021시즌에는 교육생들이 안방경기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현장에서 야구 용어와 규칙 등을 가르쳐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장 팀장은 "지금 배우는 친구들이 직업으로 응원단을 선택해서 랠리 다이노스 구성원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팬 사랑 지역사회에 돌려주고파" = 장 팀장은 비시즌인 현재 2021년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관중 입장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다 보니 안무 등 2가지 버전을 만들 예정이다.

장 팀장은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떠올렸다. 응원하려는 팬들이 소리를 못 지르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동작을 놓치지 않고자 눈빛을 반짝이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팬들의 소중함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느낀 2020년이었다. 장 팀장은 2021시즌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것을 염원했다.

"창원에서 팬들의 사랑을 몸소 느끼고 있어요. 팬들에게서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연말 연탄봉사라든지 하고 싶지만 올해 쉽지가 않은데요. 미혼모센터라든지 보육시설이라든지 랠리 다이노스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저희의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어요. 우리 팬들 너무나 사랑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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