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코로나19 광풍이 휩쓸고 간 황량한 세상이다. 그마저도 '지나간' 게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더 몰아칠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하고 안타깝다.

국회가 근래에 드물게 법정 시한을 넘기지 않고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더 나아가 국회가 먼저 국채를 2조 원 넘게 발행하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니 격세지감도 그렇지만, 시절이 얼마나 엄중한지도 새삼 되새기게 된다.

이즈음에 정신없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19가 고맙기도 하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산을 깎고 물길을 막고, 후세대에 무지막지한 짐을 지웠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개발사업이 죄다 멈췄다.

시장·군수 공약사업이라고 밀어붙였을 것들이 '돈'이 없어 동력을 잃고 있다.

이참에 어느 용기 있는 시장·군수가 나섰으면 좋겠다.

"주민 여러분! 이러저러한 공약을 제시하고 당선했지만, 돈이 없습니다. 공약을 지키려면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데, 그렇게 예산을 쓰느니 코로나로 힘겨워하는 주민 여러분의 삶에 도움이 되게끔 저의 공약을 포기하렵니다. 대규모 개발사업은 포기하고 경제를 살리고 생활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일은 차질없이 진행할 것입니다."

참 꿈같은 얘긴 줄이야 알지만,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피폐한 주민들이 찬반 논란까지 겪게 한다는 게 '목민관'이 할 일은 아니기에 간청한다.

진주시는 이통장 제주 연수로 졸지에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적용되고 있지만 비거 논란이나 진주대첩 광장 조성 같은 사회적 비용이 투입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동군은 9개월 넘게 유지했던 '코로나19 청정지역'이 단번에 무너졌다. 하지만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뭐가 중한지를 살펴서 결단을 내려 주민을 잘 보듬는 단체장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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