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에 시험장 주변 조용
"일정 연기와 여러 제한 극복"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개편된 이후 사상 첫 12월 시행과 생활방역수칙 준수까지. 코로나19로 수능 시험장 풍경도 바뀌었다. 하지만 좋은 결실을 보려는 수험생들 각오와 학부모 염원은 그대로였다.

3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제88(창원)지구 대암고등학교와 용호고등학교. 오전 7시 30분을 전후해 수험생을 태운 학부모 차량과 택시들이 속속 시험장에 왔다. 시끌벅적한 후배들의 응원은 없었다. 마스크를 쓴 수험생들은 교직원 안내에 따라 정문에서부터 2m 거리 두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수험생들은 두꺼운 점퍼로 몸을 꽁꽁 싸맸다. 코로나19로 시험일이 연기되고, 매 교시 종료 후 시험실을 환기하는 까닭에 보온에 특히 신경 쓴 모습이었다. 짐도 평년보다 늘었다. 시험장 정수기 사용이 금지됨에 따라 대부분 수험생은 개인용 물을 지참하고 왔다.

이연주(18) 학생은 "독서실을 못 가 집에서 공부했지만, 집중이 되지 않아 힘들었다"면서도 "공부도 건강도 놓치지 않으려고 비타민을 챙겨 먹었다"고 말했다.

대암고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시험 일정이 늦춰지고 이것저것 제한이 많이 생기다 보니, 학생들이 더 긴장하진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한편으론 착잡하다"고 밝혔다.

시험장 모습은 예년과 달랐지만, 수험생과 이들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학부모·가족 모습은 여전했다.

시험장으로 들어가기 전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뜨거운 포옹을 나눴고, "파이팅!"을 외쳤다. 학부모 김선희 씨는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공부에 집중을 못 하고, 울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렸다"면서 "딸이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여정언 씨는 "학교도, 학원도 못 가는 상황이 오래 지속돼 공부 습관이 잡혀 있는 아이들과 격차가 많이 벌어질까 봐 걱정이 컸는데, 딸이 열심히 공부한 만큼만 잘하고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4교시 종료가 다가온 오후 4시께부터 학부모·가족·친구는 이미 학교 앞에서 수험생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수험생이 나오자 학부모들은 어깨를 토닥이거나, 가방을 들어주며 반갑게 맞아줬다.

이날 수험생들은 각자 자기 자리에 앉아서 점심 도시락을 먹었고, 화장실에 갈 때는 약 1.5m 간격을 두고 줄을 섰다. 책상 앞면에는 가로 60㎝, 높이 45㎝ 크기의 칸막이가 설치됐고, 시험 내내 마스크를 착용했다.

정지운·정다정(18) 학생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문제를 푸는 연습을 몇 개월 동안 해서인지,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자기 자리에서 점심을 먹는 등 방역 수칙도 모두 잘 지켰다"고 말했다. 다른 수업생은 "창가 자리로 배정받아서인지 조금 춥기도 했다"고 밝혔다.

창원 용호고 근처에 산다는 김응범(47) 씨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수험생 모두에게 정말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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