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구단 소속 버스기사 4명 안석환 씨 7년째 1호차 운행
먼거리 운전하며 경기장·숙소로 빠르고 안전하게…평정심 중요
한국시리즈 치르고자 고척 갈 때 내색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응원
10개 프로구단 버스기사 40명 친목 다지며 어려울 때 돕기도

NC의 통합우승에 힘을 더한 이들이 경기장 안팎에 있다. 구단 버스기사 안석환(49) 매니저도 그중 한 명이다. 지난 2014년부터 NC에서 1호차를 운행해온 안 매니저는 선수들의 이동을 책임지며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선수들 이동 '안전하고 빠르게' = 프로야구는 한 시즌 팀당 144경기를 치른다. 이 중 절반이 방문경기다보니 이동은 숙명과도 같다. 안 매니저를 포함한 버스기사 4명의 생활도 경기 일정에 맞춰진다.

안 매니저는 다음날 방문경기가 있으면 전날 경기 시작 5시간 전에 출근해 선수·코칭스태프를 태울 준비를 했다. 이어 휴식을 취하다가 경기가 끝나면 이들을 태우고 목적지로 향했다. 대부분 경기가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해 끝나다보니 한밤중 '안전하면서도 빨리' 숙소로 향하는 게 중요했다고.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락하게 쉬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동할 때 선수들이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게 '몇 시간 걸립니까'거든요. 그런데 속도제한장치가 설치돼 있어 밟아봐야 108㎞예요. 다만 최선을 다하죠. 빠르고 안전하게. 제일 어려운거죠.(웃음) 될 수 있으면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로 가는 게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해 선수들이 짐을 풀면 저희들의 일과도 끝나요."

◇경기 승패 상관없이 평정심 유지 = 매 경기 승리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NC는 올해 정규시즌 83승 6무 55패를 기록했다. 9월 기세가 올랐을 때는 11연승을 내달리다가 10월 흐름이 끊기면서 6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안 매니저는 그날 승패에 따라 선수들의 모습이 미묘하게 다르다고 말했다. 이겼을 때는 버스에 올라타는 선수들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간 반면 졌을 때는 어깨가 조금 처져 있었다. 버스에서 내릴 때 건네는 "수고했습니다"도 이겼을 때는 말끝에 힘이 있는 반면 졌을 때는 힘이 없었다.

"이기고 이동하는 게 선수들의 피로도가 적은 거 같아요. 지고 이동하면 많이 피곤하거든요. 144경기 모두 이기라고는 못합니다만 이동하는 날에는 이기자면서 액션을 취합니다. '내일 서울 간다. 오늘 이겨야 안 되겠나?' 하면 선수들도 '이겨야죠'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선수들을 북돋는 안 매니저이지만 그 자신은 경기 승패와 상관없이 평정심을 유지하고자 한다. 경기 승패에 따라 기분이 좌지우지되면 잡생각을 하는 등 이유로 사고가 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안 매니저는 "동료들한테도 '졌다고 기분이 안 좋을 거 없다'고 이야기한다"며 "144경기 페넌트 레이스인데 오늘 지면 내일 이기면 된다. 우리는 선수들을 안전하게 목적지로 데려다줘야 하기에 동료들한테 경기 결과를 잊어버리라고 한다"고 말했다.

▲ 프로야구 NC다이노스 1호차 기사 안석환  매니저. /김구연 기자 sajin@
▲ 프로야구 NC다이노스 1호차 기사 안석환 매니저. /김구연 기자 sajin@

◇"통합우승 달성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해주면 고마워" = 안 매니저가 입사한 2014년 NC는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후 2018년을 제외하고 매해 가을야구를 경험한 가운데 올해는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최근 10년간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팀은 삼성·두산·KIA·SK·NC밖에 없다. 우승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정년퇴직하는 버스기사들도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안 매니저는 행복한 기사다.

안 매니저는 한국시리즈를 치르고자 서울 고척스카이돔으로 이동할 때도 평소와 똑같이 행동했다.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안전하게 태워 주고 안전하게 태워다 오는 것이었다.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색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안 매니저를 포함한 버스기사들이 맡은 바 임무를 문제없이 수행했기에 NC가 통합우승을 달성하지 않았을까.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고맙죠. 저희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지만 선수들이 100% 만족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저희들이 통합우승을 달성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해준다면 고맙지요."

◇생활·신체 리듬 깨질 때 힘들어 = 야구단 버스기사. 10개 구단에서 4명씩 40명밖에 없는 상위 1%에 해당될 법한 운수업자다. TV에서 보는 선수들을 가까이서 대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단점도 있다. 정규시즌이 시작되면 집안에 있는 시간보다 집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것. 배우자를 포함해 가족들이 감내해야 할 점이다. 비시즌이 시작되면 생활·신체 리듬이 깨지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잠들어 있을 시각인 오전 9시 30분이 출근 시각으로 바뀌다보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듬해 2월쯤 적응이 되지만 3월이 되면 또다시 생활·신체 리듬이 깨져버리니 이보다 더 괴로울 수 없다.

"지금이 그 시기예요.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제일 힘들어요. 밤에 잠도 잘 안 오죠. 일찍 잔다고 자는데도 잠이 안 와요. 좀 잘 만하면 시즌이 시작될 때고…. 저희뿐만 아니라 프런트 직원들도 같아요. 야구 종사자들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창원서 첫 팔구회 모임 = 1990년대 8개 팀으로 프로야구가 운영될 때 구단 버스기사들이 팔구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현재는 10개 구단에서 4명씩 40명이 회원으로 있다. 방문경기를 치르러 타지에 갔을 때 버스 등에 문제가 생기면 도움을 준다. 버스기사가 아프면 기사도 지원해준다. 소속은 다르지만 같은 일을 하다 보니 동질감이 형성돼 가능한 일이다.

팔구회 회원들은 1년에 한 번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연고지에 모인다. 이 자리에서 우승팀이 식사를 대접한다. 안 매니저는 "한 해 무사히 안전운행했다고, 내년에도 힘내자면서 친목을 다진다"며 "안 그래도 구단에서 충분하게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다"고 귀띔했다.

※NC를 포함해 10개 구단은 각 4대의 버스를 두고 있다. NC의 경우 올해 8월까지 감독·수석코치·타격코치·타자가 1호차를, 투수코치·배터리코치·투수·포수가 2호차를, 프런트 스태프가 3호차를, 2군 선수들이 4호차를 이용했다. 9월부터는 선수 편의를 고려해 코칭스태프가 1호차를, 타자·포수가 2호차를, 투수·프런트 스태프가 3호차를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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