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에도 전문 문예지·문학동인지 발간 봇물
지역문인들, 각자 분야서 개성있는 소재로 작품 생산

이번이 올해 마지막 지역 문예지 소개가 될 듯하다. 최근 진등재문학회에서 발간하는 수필 전문 문예지 <진등재 수필> 제6호를, 시조 전문 잡지 <화중련>이 30호(하반기호)를, 경남문심회가 내는 문학동인지 <문심(文心)>이 18호를, 경남아동문학회가 내는 <경남아동문학>이 33호를 보내왔다.

지금 발간된 문예지에 실린 작품들은 지난여름과 가을에 쓰인 게 대부분일 테다. 온통 코로나 이야기가 가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저마다 개성 있는 소재와 형식으로 내용을 채웠다. 문예지들에 실린 작품을 두루 훑어보며 어떤 상황에서라도 결국 문인이 할 일은 '그럼에도' 계속 글을 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진등재 수필> = 이장중 진등재문학회 회장의 <진등재 수필> 제6호 발간사에 이런 마음이 잘 드러난다. 그는 코로나 시대를 잃어버린 시간으로 보고 이렇게 썼다.

"잃어버린 시간을 깊은 사유로 견인하고 탐색하여 하나의 세계를 선명하게 차려내야 한다. 과거는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 깊은 곳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그 상실의 시절에 시간도 찾아서 기록해야 한다. 사실을 근거로 형상화한 작품을 쓰는 수필가의 사명이다. 작가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기록하는 힘이 있어야 하고, 그 힘으로 온전히 끌어와 삶의 가치를 살려 놓을 책임이 있다." (15~16쪽)

송준점 수필가의 '삶 단단해지다'를 통해서는 마음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긴다.

"몸의 건강은 면역력으로 길러지지만, 마음은 면역력이 없어 감기 같은 작은 것에도 일렁인다.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마음의 풍경과 깊은 호흡을 주고받아야 한다." (78쪽)

◇<화중련> = <화중련> 30호에서는 우은숙 시인이 트로트와 시조를 비교해 쓴 글이 선뜻 와 닿는다.

그는 삼성SDI가 <미스터트롯> 흥행 이유를 숨은 인재 재발견, 관성에서 벗어난 변화 추구, 창조적 복제, 기본과 본질, 실패의 경험과 실패 후의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 5가지로 분석한 것을 시조와 비교해 시조 열풍의 가능성을 점쳤다.

"활기차고 신선한 시인과 함께 작품도 젊어져야만 한다. 젊은 시인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43쪽)

"기본적인 실력은 물론이고, 독자적인 미학과 이론의 탐구 등을 통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발표해야 한다." (45쪽)

회원 작품 중에서는 김연동 시인 '별난 꽃- 손자'를 꼽아본다.

"눈이 부시도록 별난 꽃이 피었습니다// 그저 바라만 봐도 천지를 다 안은 듯// 내 정원 가장자리가// 금빛으로 출렁입니다"

◇<문심> = <문심> 18호는 회원들의 기억에 남는 노래를 특집으로 실었다. 역시 <미스터트롯> 열풍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 글 중에 박인숙 작가가 쓴 '앵두나무 우물가에'는 잘 만든 단편영화 같다. 어릴 적 나무를 하러 산에 가는 엄마를 따라나섰다가 산 속에서 혼자가 되어 무서웠던 기억을 적은 글이다.

"마이 놀랬제, 빨리 한짐 퍼뜩해서 내려갈끼라 했는데…. 엄마는 나뭇단을 이고 갈 때 무너지지 않도록 가운데다 부목처럼 튼실한 가지를 대고 머리에 이기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도저히 안 되자 그때야 나를 부른 것이다. (중략) 그때 비틀거리며 걷던 엄마가 허밍 같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배고픈 목소리라 약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딸이 잘 따라 내려오라는 발자국인지, 아니면 엄마의 십팔번인지, 아니면 아버지를 향한 원망의 노래였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55~56쪽)

◇<경남아동문학> = <경남아동문학> 33호는 교과서에 실린 회원들 작품과 올해 남명·경남아동문학상 수상자를 특집으로 꾸몄다. 회원 작품 중에서 일상의 소중함이 묻어나는 동시 작품을 택해서 살펴보자.

"교실에서 복도에서/ 조잘조잘 ~ 왁자지껄~/ 뒹굴던 일들이/ 이렇게/ 그리운 일일 줄 몰랐습니다.// 손바닥만 한/ 마스크 한 장 아니면/ 엘리베이터 타기가/이렇게/ 미안한 일일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106~107쪽, 김재순 시인 '몰랐습니다 2' 중에서)

"겨울 온다고/ 감나무 단풍잎/ 떨어진다// 잘 가/ 인사할 사이 없이/ 간다는/ 문자도 하나 없이// 겨울 왔다고/ 감나무 단풍잎/ 이불처럼 깔렸다// 깍지벌레/ 감잎에 쓴 긴 편지/ 못다 읽었다/ 감나무 말하기 전에" (127쪽, 박수연 시인 '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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