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저임금에 시달리며
휴식 시간 제대로 쉬지도 못해
폭언 들어도 홀로 삼킬 수밖에

청소·경비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 개선은 십수 년 전부터 제기돼온 현안입니다. 조직이나 공동체를 꾸려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이들이지만, 사회 인식 전환은 더딘 모습입니다. 10년 전 집단 해고에 맞선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장기 농성 이후 소위 '그림자 노동'을 대하는 지역사회 태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 등 갑질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소식이 전해진 것은 올 5월이었습니다. 이후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차츰 제도와 인식이 변하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청소·경비노동자는 도심 속 수많은 상가에도 있습니다. 이들은 공동주택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창원시에만 평균 40여 점포가 입주한 상가가 약 200개 있다고 합니다. 최근 발표된 창원지역 중소상가 청소·경비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부터 우리 주변에 없어서는 안 될 노동을 하는 '필수노동자'를 위한 조례 제정 움직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전합니다.

창원지역 건물 청소·경비노동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실태 조사단이 올 11월 '창원지역 중소상가 청소·경비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를 냈다. 조사단은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심리상담활동가 모임 심심통통·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로 구성됐다. 이들은 131명을 설문조사하고, 청소 10명·경비 6명 노동자를 심층 면접했다. 상가 내 경비 노동자는 평균 1.9명, 청소 노동자는 평균 2.2명이었다. 다음은 면접에서 고충을 토로한 정진태(가명·66) 씨 이야기다.

◇단기 고용에 불안…24시간 대기 상태 = 정 씨는 창원시 한 상가 경비노동자다. 공인중개사로 일하던 그는 불경기에 지출만 늘다 보니 경비업으로 뛰어들었다. 올해로 3년째. 앞서 일했던 아파트에서는 3개월 만에 해고를 맞닥뜨렸다. "아파트는 관리소장하고, 그 밑에 경비반장도 있고. 개인적인 일을 보면 소장은 이유도 묻지 않고 잘라버려. 경비반장만 딱 붙잡고 있는 거라. 그러고 3개월, 3개월씩만 계약하잖아. 관리업체들이."

지금 상가에서 정 씨는 용역업체와 6개월씩 계약 절차를 밟는다. 용역업체는 상가와 1년씩 계약한다. 두 차례 재계약으로 정 씨는 올 12월까지 일할 수 있게 됐다.

아침 7시 출근, 다음 날 아침 7시 퇴근이다. 2명이 교대로 근무한다. 월 급여는 150만~153만 원.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데, 정 씨는 "야간(근무)을 해도 휴게시간으로 집어넣잖아"라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정 씨 휴게시간은 근로계약상 24시간 중 13시간 45분으로 표기돼 있다. 오전 6시 30분~9시 5분·낮 12시~오후 2시·오후 5시 30분~7시 30분·오후 9~10시·오후 10시 50분~오전 5시. 그러나 정 씨는 법에 보장된 쉬는 시간에도 주차관리 업무를 하고, 밤늦게라도 일이 생기면 챙긴다. 심지어 교대·출근시간인 오전 7시가 근무가 아닌 휴식 시간으로 잡혀 있어 엉터리 체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정 씨는 "아침부터 24시간 근무"로 받아들인다. "우리는 꼼짝 못해. 원래 휴게 장소도 있어야 하고 뭘 하더라도 관여 안 해야 하는데…. 관리소장이 할 수 있는 소방 비상벨이라든가 뭐든, 대기 아닌 대기하는 상태지."

◇추가 노동에 녹초 = 경비 업무 말고 추가 노동을 강요받는 것이 일상이다. "아침에 쓸고 해야 하지. 이런 것 내가 다 깔았다 아닙니까? 전부 다 사다리로 올라가서…", "소장이 사람을 불러 해야 할 것을 경비랑 같이 해볼 거라고…."

드나드는 사람은 많은데 주차 공간이 좁다 보니 정 씨는 들락날락해야 한다. 오후에는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바쁘다. 점심 시간은 20분, 청소노동자가 잠시 자리를 봐준다. 음식물이나 재활용품을 치우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깨끗하지 않으면 항의 전화"가 오기 때문이다. 물이 새는 것을 고치다 똥물을 뒤집어쓴 적도 있다. 지난해 비가 많이 왔을 때는 밤을 꼬박 새웠다.

여름이면 진이 빠지지만, 에어컨도 없는 데다 씻을 공간이 없어 샤워할 수도 없다. 발만 씻고 잠깐 돌아다니다가 "경비가 슬리퍼 신는다고 난리"라는 민원을 들어야 했다. 수면실은 "쪼그만 칸막이 하나 놔두고 관리실 구석에" 있다. 임금명세서는 문자메시지로 받아본다. "그동안 한 번도 안 줬다던데 이번에 번영회서 그것도 최초로" 결정해 올 설에 2만 원을 따로 받았다.

쓰레기 배출이나 주차 방법을 안내할 때 "경비 주제에", "네가 뭔데"라는 말을 들으면 속상하지만 삼키는 수밖에 없다. 경비원끼리 뭉쳐 힘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데모를 하든가 수를 내야겠다. 아니, 너무 목소리가 없으니까. 여기 상가는 보니까 더 그렇네."

상가 점주나 아파트 입주민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현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 씨는 '청소·경비노동자도 우리의 이웃입니다'라는 포스터를 상가에도 좀 붙여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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