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한 중학교 교사 확진에
시민들 차분한 대응 돋보여
확진자 비난보다 위로 전해

코로나19 지역사회 연쇄 감염이 우려되는 가운데 양산시민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

겨울을 맞아 전국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조짐 속에 양산지역도 잇달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한 중학교 교사가 확진 판정을 받아 교직원과 학생 222명을 전수조사하는 상황이 지난달 29일 벌어졌다.

웅상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울산 198번)가 함께 사는 부모(울산 196·197번)로부터 감염됐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양산시는 대응팀을 구성하고 학교 체육관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이날 오후 9시 28분부터 전체 교직원과 3학년 학생 241명 가운데 190명을 접촉자로 분류하고 동선 노출자 6명 등 222명을 검사했다.

다행히 교직원 54명은 30일 오전 8시께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학생 168명 역시 오후 6시께 음성으로 확인돼 우려했던 지역사회 연쇄 감염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올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역에서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대규모 인원을 검사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음성 판정이 나오기 전까지 지역사회 불안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혼란보다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하나둘 힘을 얻기 시작했다.

선별진료소 설치 소식이 알려지자 학교가 있는 양산 동부지역(웅상)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웅상이야기'에는 '확진자는 범죄자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작성한 회원은 "긴 잠복기 탓에 자신이 감염된 것 자체를 알 수 없어 증상이 있기 전까지는 평상시 생활을 하는 게 사회인으로 지극히 정상"이라며 "앞선 생각이나 걱정보다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우선시하는 것이 이 시기를 극복하는 슬기로운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라고 말했다.

확진 판정을 받아 학생에게 피해를 줬다며 자책할지 모를 교사를 위로하고, 비난보다는 위로를 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를 담은 글에 공감과 응원 댓글이 이어졌다.

카페 운영자 역시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개인방역과 자가격리 수칙을 잘 지켜 지역사회 감염을 예방하자는 공지를 올리고 불필요한 혼란을 일으키는 게시물을 주의하자고 당부하는 등 커뮤니티 내 무질서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자정 노력은 검사 결과 전원 음성으로 나타나서도 계속됐다.

음성 판정에도 방역당국이 밀접접촉자로 분류한 교직원 27명과 학생 163명은 여전히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가운데 한 회원이 "전원 음성 판정으로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힘들지만 2주간 자가격리 잘 지키도록 부모님께서 많이 도와주시길 바랍니다"라는 글을 올리자 마스크 착용과 개인위생 준수 등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힘든 자가격리 역시 잘 이겨낼 것이라고 응원하는 마음이 댓글로 모였다.

특히, 양산은 지리적으로 부산·울산 사이에 있어 인적·물적 교류가 많다는 특성 탓에 외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서로 믿고 응원하는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자며 '긍정의 힘'을 공유하려는 게시물과 댓글이 여전히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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