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명 '악의 연대기, 그 후'전
3일까지 대안공간 로그캠프서

무서웠다. 얼굴에 굵직하게 남아있는 칼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이마부터 턱밑까지 곳곳에 흉터가 있었다. 찢어지고 꿰맨 듯한 상처들이 선명했다.

그런 얼굴을 한 것도 무서운데, 토끼처럼 이를 내밀고 눈을 부릅뜨고 있으니 위압감마저 느껴졌다. 저절로 시선과 고개가 바닥으로 내려갔다.

이것의 정체는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창원대 앞 대안공간 로그캠프에 나온 '처키'(Chucky) 외형을 가진 도자 작품이다.

지난 26일부터 열리고 있는 정소명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악의 연대기, 그 후'전에선 영화 <사탄의 인형>의 주인공 처키가 줄무늬 티셔츠와 청색 멜빵 바지를 입은 채 전시장 벽면 한구석을 지키고 있다. 정 작가의 개인전에서 만나게 되는 처키는 석고 캐스팅 기법(틀과 원형 등을 제작하는 방법)을 활용해 틀을 만든 뒤 색 안료를 입히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한쪽 손에 칼을 들고 있지 않지만, 칼이 없어도 어딘가에 칼을 숨기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작업이다. 처키 하면 떠오르는 옷차림과 표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 '악의 연대기, 그후'전에 나온 출품작.<br /><br />  /최석환 기자
▲ '악의 연대기, 그후'전에 나온 출품작.

/최석환 기자

'악의 연대기, 그 후'전은 악당들을 모아놓은 작품 마당이다. 조소과 출신인 정 작가는 처키뿐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만화영화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같은 방법으로 제작해 로그캠프에 내놨다.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나오는 빅맘과 도플라밍고, 아론을 비롯해 영화 <어벤져스>의 타노스, <다크나이트>의 조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유바바, <해리포터>의 볼드모트 등이다. 각기 다른 작품 속 악당들이 검지 손가락 길이만 한 작은 크기부터 하박 정도되는 크기까지 여러 형태로 나왔다. 시중에 판매되는 피규어를 보는 것처럼 아기자기한 느낌이 돋보인다. 크고 작은 작품들이 신선한 구도를 만들어낸다.

정 작가는 "확장된 시야를 가지고 사람을 대하다 보면 현실에서 마주하는 악당에 관한 감정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현대 콘텐츠 속 악당들을 보면서 왜 그들이 악당이 된 것인지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3일까지. 로그캠프(010-5154-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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