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작가, 아버지 일하던 목공소 건물 활용 전시회
밀양 하남읍 폐업 공간이 주는 낯선 힘에 젊은층 발길

공간의 힘이 이렇게 크다. 최근 시골 작은 목공소 건물 하나가 젊은 예술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밀양시 하남읍 소재지, 보통 '밀양 수산'이라고 알려진 읍내, 이곳에 폐업 후 창고로 쓰이던 평화목공소가 있다.

▲ 밀양시 하남읍에 있는 평화목공소.  /이서후 기자
▲ 밀양시 하남읍에 있는 평화목공소. /이서후 기자

지난달 19일부터 조용히 작은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전시를 준비한 이들조차 놀랄 정도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전시 참가자들이 인스타그램(SNS)에 올린 전시 공간 사진 때문이다. 전시가 열리는 평화목공소 정면 사진이었다.

목공소라고 보면 특별할 게 없다. 그런데 전시 공간이라고 보면 전혀 달라진다. 그야말로 요즘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힙(hip)하고, 핫(hot)하고, 트렌디(trendy)한 곳'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시 기획자의 개인 서사가 더해지면 예술 장소로서 더욱 멋진 의미가 생긴다.

▲ 밀양시 하남읍에 있는 평화목공소에 전시된 미술작품들.  /이서후 기자
▲ 밀양시 하남읍에 있는 평화목공소에 전시된 미술작품들. /이서후 기자

시작은 창원대 미술학과 대학원 회화 수업이었다. 전시 기획자 김경희(31)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교수님이 저마다 가상의 전시를 하나씩 기획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예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아버지의 목공소 건물을 생각했어요. 5년 전에 폐업하고 그냥 창고로만 쓰고 있었거든요. 공간이 정말 아깝더라고요."

25평 정도 되는 콘크리트 벽돌, 양철 지붕 건물, 내부는 공간 구분없이 하나의 큰 공간이다. 작업대와 공구, 목재와 만들다 만 문짝 같은 게 폐업 전 그대로 얌전하게 놓여 있다.

▲ 밀양시 하남읍에 있는 평화목공소에 전시된 미술작품들.  /이서후 기자
▲ 밀양시 하남읍에 있는 평화목공소에 전시된 미술작품들. /이서후 기자

"제가 7살 즈음에 목공소를 시작하셨으니 한 20년 정도 하셨네요. 맞춤문 전문이시지만, 평상이나 가구 같은 것도 손님들이 부탁하면 만들어주셨어요. 아버지 일할 때 자주 도와드리기도 했고, 겨울이면 어머니랑 세 식구가 난로에 고구마도 구워 먹고 삼겹살도 구워 먹은 일 등등 우리 세 식구에게는 추억이 많은 공간이에요."

목공소 이름도 나름 대물림이 된 것이다.

"할아버지께서 밀양 삼랑진에서 철학관을 하셨는데, 이름이 평화철학관이었어요. 그래서 아버지도 평화목공소라고 하셨죠."

▲ 밀양시 하남읍에 있는 평화목공소에 전시된 미술작품들.  /이서후 기자
▲ 밀양시 하남읍에 있는 평화목공소에 전시된 미술작품들. /이서후 기자

이런 공간을 이제는 딸이 '평화목공소'란 전시공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저 과제였기에 원래는 유명 작가 전시를 기획했었다.

하지만, 수업을 담당한 대학원 강사 나현 작가가 공간이 마음에 들었는지, 실제로 전시를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그 수업을 듣는 학생 11명과 조교(최승준 작가)를 포함 12명이 참가한 전시가 준비됐다. 전시 제목도 그냥 '평화목공소'다.

각자 작업 외에 목공소에서 물건 하나씩 가져가서 작업을 해온 것도 있다. 김 작가로서도 아버지의 목공 작업 위에 자신의 작업을 더해 아버지와 함께 호흡한다는 뿌듯한 감격도 있었다.

▲ 밀양시 하남읍에 있는 평화목공소에 전시된 미술작품들.  /이서후 기자
▲ 밀양시 하남읍에 있는 평화목공소에 전시된 미술작품들. /이서후 기자

"목공소에서 전시를 한다니 아버지가 아주 좋아하셨어요. 저보다 더 적극적이셨어요. 목공소 그만두시고는 사람 발길이 끊겼는데, 다시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생각에 밤에도 불 켜두고 싶어하시고 그랬죠."

원래는 26일 끝내려던 전시를 사람들이 계속 찾아와서 이달 3일로 연장했다. 김 작가는 전시가 끝나고 평화목공소 공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은 고민이라고 했다. 사실 전시공간으로 계속 운영하고 싶지만, 혼자 힘으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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