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세계에서 가장 비싼 화가 정평
10여 년간 대화 엮어 철학 톺아보기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83)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이 열렸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라는 이름답게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책 <다시, 그림이다>는 회화라는 주제로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가 호크니와의 10여 년간 대화를 기록했다.

유명하다고, 작품이 잘 팔린다고 뛰어난 작가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책으로 만난 호크니는 뛰어났다. 그는 풍경이나 대상을 단순히 캔버스에 옮기지 않는다. 관람객이 작품을 통해 자연을 느끼고 생각하게 한다. 하나의 양식에 머무르며 안주하는 작가가 아니다. 자신 스스로 그리는 즐거움을 찾고, 사람에게 울림을 주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

훌륭한 예술가는 무엇일까. 저자는 말한다.

"세상의 모든 훌륭한 예술가들은 우리 주변의 세상을 보이는 것보다 더 복잡하게, 더 흥미롭게 불가사의하게 만들어준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10쪽)

저자에게 호크니는 '사고의 범위, 대담함, 열정에서 비범한 면이 있는 예술가'다. 호크니는 그림이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매체를 통해 회화를 선보인다. 그는 복사기, 팩스를 사용해 판화를 제작했고 컴퓨터로 드로잉을 했다. 심지어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려 작품을 만든다.

저자가 물었다. "왜 미술을 하는 데 다양한 수단과 매체를 사용하십니까?, 왜 끊임없는 실험을 하십니까?"

호크니는 시각적인 것은 어떤 것이나 흥미를 끈다고 했다.

"특정 주제 때문에 특정한 매체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각기 다른 매체로 같은 주제를 선택해 각각의 매체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제한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것입니다. 그것은 자극제가 됩니다.(중략) 만약 다섯 개의 선 또는 100개의 선을 사용해 튤립 한 송이를 그리라고 한다면, 다섯 개의 선을 사용할 때 당신은 훨씬 더 창의적이 될 것입니다."(98쪽)

호크니는 20대부터 잘나가는 작가였다. 지금은 자신의 고향인 영국 요크셔에서 머무르며 자연의 무한한 가능성을 그리고 있지만 20여 년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살았다. 동성애자인 그에게 미국은 자유로움을 주었고 당시 그의 애인 피터 슐레진저가 등장하는 1972년 작 '예술가의 초상'과 LA에서 물의 움직임을 탐구해 그린 수영장 시리즈 작품 1967년 작 '더 큰 첨벙'은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 데이비드 호크니 작 '클라크 부부와 퍼시'. /서울시립미술관
▲ 데이비드 호크니 작 '클라크 부부와 퍼시'. /서울시립미술관

호크니는 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만의 양식을 구축하려 노력했다. 1960년대 추상이 인기를 끌 때 그는 추상표현주의에 반기를 들며 자연주의 방식을 그렸고, 서양의 관습적인 일점소실 원근법 대신 중국 두루마리 회화에 영향을 받아 다시점 구도의 작품을 선보였다. 또 사진보다는 회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호크니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그는 어느 순간 양식에 얽매여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조지 로슨과 웨인 슬립'(1972~1975)을 완성하지 못했고 자신이 도달한 위치에 갇히기 싫어 파리로 떠났다. 그는 피카소, 반 고흐 등 자신이 존경하는 예술가들을 공부했고 다시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을 찾았다.

"나는 욕심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돈에 대해서는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돈은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흥미진진한 삶에 대해서는 욕심을 냅니다.(중략) 나는 쓰러지는 날까지 신나는 삶을 살 작정입니다."(101쪽)

그림에 대한 열정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부럽다.

디자인하우스, 248쪽,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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