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서 물품 후원 넘어 금융 교육·취업 연계 폭 넓혀
타 지자체 생활자금 지원 대조…경남 자립아동 정책 확대 절실

정부는 보호종료 아동이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자립수당과 자립정착금을 지원하고 있다. 후원금액만큼 정부 예산을 붙여주는 디딤돌 씨앗통장을 만들어주고, 주거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LH청년전세주택제도'도 운영한다. 그러나 아직 사각지대는 많다. 이를 채워주는 사람들이 있다. 각종 지원제도가 미비할 때부터 아동들과 함께 걸어왔던 후원자들이다.

◇'나눔'에는 계기가 없다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동부후원회 이인아(59) 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 씨는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김해·밀양·양산 아동들을 후원하고 있다. 매년 김장김치를 담가 시설 아이들에게 전달하는가 하면, 자녀 결혼 축의금과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기부했다.

이 씨는 어릴 때부터 부산 맹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후원을 시작했다. 그는 "옛날에는 반찬 하나를 해도 한 솥 가득히 끓이고서 골목마다 나눠 먹었다"며 "그때 당시의 마음을 간직하고 살았고, '나눔'에 특별한 계기는 없다"고 말했다.

보호대상아동 문제에 관심을 둔 계기도 거창하지 않았다. 아동보육시설 후원은 이전부터 해 왔었지만, 한 아이를 집에 들여 5년 남짓 같이 살며 책임감이 깊어졌다.

올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경남지역 보호대상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살림살이 지원 사업도 적극 알리고 참여했다. 다만, 물건을 주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설을 퇴소하는 아이들이 사기를 당하거나, 돈 관리를 못 해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떠올라서다.

이 씨 제안으로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금융교육이 진행됐다. 내년부터는 전국 단위로 교육을 확대할 생각이다. 이 씨는 퇴소아동들의 산업체 방문과 취업 연계를 위한 사회적 기업과 소통에도 나서고 있다. 이 씨는 "일부러 아이들을 화젯거리로 만들 필요는 없다"며 "아이들이 잘 자라는지 지켜보다가 정말 필요할 때, 후원자가, 선생님이, 사회가 그 자리에 있어주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 24일 밀양시 한 카페에서 만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동부후원회 이인아 씨가 후원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이창우 기자
▲ 지난 24일 밀양시 한 카페에서 만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동부후원회 이인아 씨가 후원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이창우 기자

◇성공적 자립을 위한 각자의 몫 = 보호대상아동의 성공적인 자립 과정에 아동과 후원자 사이에서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는 비영리단체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매년 보호대상아동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 후원처와 연계한 지원사업을 한다. 올해는 도내 241명에게 자격증 취득, 정장 지원, 살림살이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 1억 6800만 원을 지원했다. 경남동부후원회, LH, 경상남도공무원노동조합, 국토교통부공무원노동조합,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이 주요 후원처다. 카카오 같이가치 플랫폼을 통한 소액 후원에 동참한 이들도 7312명이다. 경남가정위탁센터를 통해 자립준비교육·상담지원을 받은 가정위탁아동들은 207명에 이른다.

후원자와 비영리단체가 빈틈을 메우는 동안 공적 지원은 더욱 촘촘해질 필요가 있다.

이옥선 경남도의원은 지난 3일 도의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경남을 제외한 13개 광역자치단체가 대학 진학 아동에게 1학년 대학등록금 또는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었다. 이 의원은 부산이 100명 기준 3억 5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한 사실을 들며 경남지역 역시 비슷한 규모의 예산으로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 기준 대학 진학을 근거로 보호연장을 신청한 아동 수는 108명이다.

이 의원은 "대학에 진학하든, 하지 않든 체계적인 상담을 통해 조건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며 "이 아동들이 건강하게 자립하는 나라가 되어야 사회도 건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이 있다. 지지체계가 없는 아동들에게 더욱 들어맞는 말이다. 이제는 '온 마을'이 아니라 '온 나라'가 필요한 시대다.

경남지역 보호대상아동의 자립을 함께 응원하고 싶다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055-237-9398)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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