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일 열정 쏟고 소중히 여기는 아이들
재능·자신감 키워주는 어른 역량 중요해

중학생인 우리 학교의 동아리 아이들이 고등학생과 함께 겨루는 발표대회에 참가하겠다고 했을 때, 큰 기대는 안했다. 참가하는 것 자체가 배움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사회참여 동아리란 이름으로 지역사회를 바꾸는 활동을 해 온 아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소중히 여기고 열정에 불타고 있었다.

예선을 통과해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본선 진출이 확정되자, 아이들은 마지막으로 발표할 자료를 만들고, 연습에 들어갔다.

물론 아이들의 이 뜨거운 열정 뒤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그 손은 동아리를 지도하는 선생님의 보살핌이다. 아이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을 쏟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보이지 않는 손의 치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도중에 지겨워하거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물론, 자그마한 일을 이루었을 때도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이 필요하다. 어깨를 감싸주고, 떡볶이를 나눠 먹고,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본선 대회 결과가 나왔을 때, 아이들은 기뻐서 환호했고,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는 자신감으로 가득찼다. 보이지 않는 손은 그 감격을 이렇게 말했다.

"고등학교 형 누나들 앞에서 겁도 안 내고 자신감 있게 발표하는 모습에 눈물이 울컥했습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보면서, 교사 또한 고정관념을 깨고 아이들을 통해 배운다.

파멜라 메츠가 <도덕경>을 배움과 가르침의 관점에서 풀어 쓴 <배움의 도>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슬기로운 교사는 말 없이 가르치고, 하는 일 없이 한다. 모두 그가 이룬 것이지만 그것을 자기 것으로 삼지 않는다. 일이 다 끝나면, 그는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교사가 일을 다 마쳤을 때, 학생들은 말한다. "대단하다! 우리가 해냈어."'

학교에서 평가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비교는 아이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자존감을 갉아먹는 경우가 많다. 세 아이의 엄마인 하이데마리 브로셰는 부모가 아이의 강점에 집중하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 자존감이 성장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비교하지 않는 습관>을 썼다고 한다. "모든 집단, 모든 사회에는 내향적인 사람도 필요하고 외향적인 사람도 필요하다. 실용적으로 일에 접근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이론에 몰두하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강하게 밀고 나가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협조적인 사람도 필요하며, 즉흥적인 사람도 필요하고, 꼼꼼한 사람도 필요하단다. 이들이 "서로 신뢰하는 가운데 함께 살고, 함께 일하는 새로운 문화로 나아가야 하며 그 안에서 개개인이 고유의 개성적인 잠재력을 펼칠 때 공동체가 유익을 얻는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역량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융합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 역량이 그것이다. 이러한 역량은 지식 전달 중심의 교육과 개인 간의 경쟁과 순위에 초점을 둔 교육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역량을 기르는 일은 선생님들에게도 학부모들에게도 어려운 과제이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익힌 지식 전달과 개인 경쟁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어른들부터 습관과 생각을 바꾸려는 작고도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으려면, 그 싹을 틔워주는 보이지 않는 손이 꼭 필요하다. 나는 아이에게 숨어 있는 재능을 찾고 있는가, 비교하고 약점을 지적하고 있는가, 스스로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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