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회 시범사업으로 시작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등 각종 정부 공모사업 선정
프로그램 운영 기자재 갖추고 복지회관 리모델링 등 진행

매주 금요일 주민자치회와 만납니다!

지방분권의 법적·제도적 진전은 더딥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장기적으로 생활단위의 지방분권 기초와 주체를 튼튼히 해야 합니다. 법과 제도의 진전이 지방분권의 목적이 아닙니다. 지방분권 그 자체도 목적이 아닙니다. 결국 주민들이 생활환경을 결정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간 지방분권운동은 법·제도 개선 중심이었습니다. 복지·문화·환경자치 등 생활자치 운동으로 확대되지 못했습니다. 생활자치를 실천하는 전국의 주민자치회 현장을 취재합니다.

동네 이름처럼 그의 주민자치론은 '부강'했다.

"2013년부터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했다. 결국 '주민자치'라는 집을 짓기 위해 기초를 만들어왔다. 모든 게 주민자치로 귀결된다."

100% 공감이 되지 않았다.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도 '주민자치' 하자고 하나? 살기 바쁘고, 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피곤하기만 한 사람들도 주민자치를 하자고 하나?"

그의 부강한 주민자치론은 끄떡없었다.

"주민자치를 해야 먹고산다. 부강면이 그렇다. 해마다 정부 공모사업을 해왔다. 쉽게 따낸 건 아니지만, 몇억 씩, 몇십억씩 돈이 풀린다. 일자리가 생기고 먹고살게 생겼다."

그는 세종시 부강면주민자치회 소군호(48) 회장이다.

▲ 세종시 부강면주민자치회 소군호 회장이 뒤쪽 주민자치센터를 소개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 세종시 부강면주민자치회 소군호 회장이 뒤쪽 주민자치센터를 소개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공모사업 전문 주민자치회

전체 3200여 가구에 62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부강면주민자치회 역사는 공모사업의 역사다.

2013년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공모에 선정된 것이 시작이다. 그때 경남에서는 창원시 성주동과 거창군 북상면이 포함됐다.

당시 부강면은 시범사업비로 1억 원을 지원받았고, 제과제빵, 커피바리스타, 재봉틀 등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기자재를 갖추었다.

2015년에는 농식품부의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지금까지 60억 원을 지원받았고, 이 돈으로 현재 주민자치센터인 주민복지회관을 리모델링했다. 또, 곧 완공될 청소년문화회관을 지었다.

2016년에는 문체부 '생활문화센터' 공모사업을 진행했다. 주민복지회관 프로그램은 개선됐고, 관련 기자재와 설비는 더욱 보강됐다.

같은 해 세종시의 안전시설사업 공모에도 선정됐다. 부강면 거리와 골목 곳곳에 CCTV가 설치됐고, 범죄 발생률이 현격하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삼수 끝에 정부 도시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150억 원이 투입되는 가장 큰 규모 사업이다.

소군호 회장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전에는 공모사업마다 한번에 다 됐다. 처음에는 도시재생사업도 낙관했다. 뭘 하겠다, 이런 건물을 재생하겠다는 식으로 신청서를 냈는데, 두번이나 떨어졌다."

그런데 어떻게 작년에는 됐을까?

"세종시와 부강면 담당공무원과 머리를 맞댔다. 주민자치회에서도 고민 엄청나게 하고. 패인은 도시재생사업 취지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거였다. 우리한테 우선 필요한 것들만 들이댔던 거다."

"심사하는 쪽 입장에 서려고 했다. 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했다. 두 방향을 제시했다. 부강면 재생을 위해서는 인근 금호공단과 대규모 축산농장에서 뿜어내는 악취를 줄이는 게 필요했다. '노인케어' 시설도 절실하다. 2014년에는 홀몸노인 두 분이 돌아가신 지 보름 지나서 발견됐다. 이렇게 했더니 결국 됐다."

▲ 지난해 출범한 제4기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도시재생사업 추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위원 위촉 기념촬영 장면./부강면주민자치회
▲ 지난해 출범한 제4기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도시재생사업 추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위원 위촉 기념촬영 장면./부강면주민자치회

◇주민자치회에서 만난 건 '사람'

세종시사회적경제공동체센터 윤용희 주민자치팀장이 부강면주민자치회 취재를 추천했던 이유는 이랬다.

"세종시에서 가장 오랜 기간 주민자치회 사업을 해왔다. 그만큼 단맛 쓴맛 다 봤다."

그 말을 소군호 회장에게 전했다. 그리고 단맛은 뭐였는지, 쓴맛은 뭐였는지 물었다.

"단맛 쓴맛 모두 사람에게 느낀 거다. 사람한테 감동하고, 사람한테 실망하고. 그게 10년 가까이 반복됐다. 그러면 감동도 좀 덜하게 되고, 실망도 좀 덜하게 된다. 좀 더 냉정해지고, 그러면서 주민자치 역량은 조금씩 커졌던 것 같다."

"2016년부터 200명 규모로 노인대학 '나이야가라'를 운영했다. 일주일에 이틀씩 오전 3시간 과정을 하는데, 이게 점심시간이 애매하다. 우리 예산으로는 식비도 없고. 고민 끝에 농협과 신협에서 쌀을 대줘서 주민자치회가 직접 밥을 했다. 그때 자원봉사에 나섰던 동네 아줌마들이 '복동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노인 200명이면 이런 동네에선 거의 전부다. 노인대학을 5년째 하니까 어느덧 부강면 주민대표기구가 되더라."

쓴맛은 언제 봤다는 것일까?

"제가 생각할 때, 주민자치회 회의는 다수결로 하면 안된다. 반드시 앙금이 남는다. 아무리 잘해도 어설프거나 강압적으로 결론을 내려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차라리 다음에 회의를 또 해도 의견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논리가 맞든 맞지 않든 위원들이 의견을 말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비록 자기 의견이 관철되지 않더라도 수긍을 하게 된다. 인간관계 속에서 주민자치회가 굴러간다."

하지만, 주민자치회 안건이라는 게 주민들 간 경제적 이해관계와 불가분 아닌가. 그럴 땐 어떻게 할까?

"이해관계가 얽힌 안건은 가능한 한 피하고, 어쩔 수 없을 땐 최소화한다. 특히 이런 문제는 다수결로 결정을 하는 것보다 끈질기게 중지를 모아야 한다."

▲ 세종시 부강면주민자치회는 다수결 결정보다 끝까지 중지를 모으는 방식을 취한다. 사진은 주민총회에 앞선 마을계획단 활동 모습.<br /><br />/부강면주민자치회<br /><br />
▲ 세종시 부강면주민자치회는 다수결 결정보다 끝까지 중지를 모으는 방식을 취한다. 사진은 주민총회에 앞선 마을계획단 활동 모습. /부강면주민자치회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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