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문화재 지정 후 36년간 정식 학술조사 한차례도 없어
도 문화재위원 등 각계 전문가 실태 파악 위한 시굴조사 이후
문화재 정비 방향 결정 제안해
시 "내년 상반기 진행 계획" 향토문화유산 보호위 구성도

창원시가 양묘장을 운영해 물의를 빚은 경남도 지정문화재 제44호 내동패총(조개더미)을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 시굴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내동패총에서 비공개로 열린 경남도 문화재위원회 등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당장 보존계획보다는 조사가 우선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확한 조사가 이뤄진 후에야 문화재 정비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며 시굴조사를 먼저 진행하자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선 문화재 지정구역 시굴조사, 후 보존계획 수립 = 창원시 성산구 내동에 있는 내동패총은 지난 1979년 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러나 36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식 학술조사가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정확한 유적 규모와 패총에 묻혀 있는 유물 성격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도 문화재위원회 소속 각계 학자들은 회의에 참석해 "지정된 문화재 구역에서 시가 양묘장을 조성한 건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보존방안을 세우기 전에 문화재 시굴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재우 창원대 교수는 "문화재 지정구역이라고 모든 곳에 문화유산이 분포해 있는 건 아니다"며 "문화유산이 어디까지 분포해 있는지 문화재 지정구역을 대상으로 실태를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동패총 유적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시굴조사를 진행한 뒤 문화재 지정구역의 범위를 파악할 수 있는 전체 도면을 작성해 유적 분포범위를 정확하게 파악하자는 얘기다.

그는 또 양묘장 안에 포함된 문화재 지정구역뿐 아니라 비지정구역도 추후 조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언급하며 유적과 관계없는 곳에 심어진 나무를 베어내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비지정구역도 시굴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시에서 진행하는 시굴조사에는 양묘장 전체 범위가 조사 대상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조사가 마무리된 뒤에는 패총 보존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고고학 전문가인 임학종 전 국립김해박물관장도 "구체적인 성격 파악이 필요하다"며 문화재 지정구역 시굴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표조사로는 유적 분포범위와 유구 성격 등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시굴조사를 먼저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창원 내동패총 곳곳에 토기 파편들이 부서진 채 놓여 있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 창원 내동패총 곳곳에 토기 파편들이 부서진 채 놓여 있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일부 전문가 "작은 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겨심자" 제안하기도 = 산림학 전문가인 추갑철 경남과학기술대 교수는 자문회의에서 내동양묘장에 심긴 나무 가운데 뿌리가 땅속 깊숙이 뻗지 않은 나무들을 다른 장소로 옮겨 심자고 제안했다. 내동양묘장 전체 식재수 3만 3500그루를 모두 베어내는 건 나무에게 가혹한 처사 아니냐는 판단에서다.

추 교수는 "양묘장에 있는 나무 정도면 조경용으로 관리가 잘된 나무들이고, 장비를 들이지 않고도 뽑을 수 있는 나무가 많다"며 "나무도 생명인 만큼 모든 나무를 베어내기보단 큰 나무든 작은 나무든 다른 곳에 이식할 수 있는 건 적절한 곳으로 옮겨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람이 손으로 뽑을 수 있는 1~2m 크기의 은행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참나무 등 교목성 나무는 다른 장소로 옮기자는 것이다.

그는 또 "식물학자 관점에서 나무만을 생각한다면 그렇다는 것"이라며 "큰 나무들이나 작은 나무들이나 베어버리면 땔감으로 쓰이는 것 말고 다른 곳에 쓸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들은 추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호미와 삽, 굴착기를 이용해 나무를 뽑게 되면 패총에 묻혀있는 조개껍데기와 토기 등 유물들이 훼손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땅 깊숙한 곳까지 뿌리가 뻗어 있는 나무일수록 훼손 정도가 커질 수 있어 나무를 뽑아선 안 된다는 견해를 내비친 것이다. 관련 지적이 나오자, 추 교수는 "수목 제거 여부는 전체 조사가 마무리된 뒤 다시 결정하자"며 참석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 문화재위원회 소속 위원 등이 내동패총 현장을 방문한 모습.  /창원시
▲ 문화재위원회 소속 위원 등이 내동패총 현장을 방문한 모습. /창원시

◇시굴조사 내년 상반기에…시 자체 문화재 자문위도 구성 = 시는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에 따라 문화재 지정구역(1만 7904㎡)을 대상으로 시굴조사를 먼저 진행한다. 다만 내년 추경 편성 시기인 3~4월께 해당 조사를 위한 예산이 확보돼야 조사를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관련 일정이 확정된 건 아니다.

정숙이 시 문화유산육성과장은 "지정구역 조사가 급하기 때문에 양묘장 내 패총 문화재 지정구역을 1차적으로 먼저 조사할 계획이다"며 "추경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내년 상반기에 시굴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지정구역 시굴조사 진행과 관련해선 "추후 시굴조사 결과에 따라 조사범위는 비지정구역까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문화재 지정구역을 축소하거나 확대하는 쪽으로 범위를 조정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패총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자문회의도 열어 관련 대책을 추후 논의한다.

이와 별개로 시는 체계적인 문화재 보존·관리를 위해 각계 전문가로 향토문화유산 보호위원회를 따로 구성한다. 내동패총을 포함해 시가 관리하는 도 지정문화재와 국가지정문화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존하기 위한 시 자체 자문위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각 1명을 포함해 고고학, 사학, 식물학 등 9명 이내의 각계 전문가들이 포함될 전망이다.

위원회는 향토문화유산의 지정과 해제, 문화유산 보존ㆍ관리 방안 등을 심의한다. 이르면 내년 초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정 과장은 "체계적으로 문화재를 관리할 수 있도록 내년 초까지 위원회를 꾸리겠다"며 "위원들을 섭외 중이며, 지정문화재와 비지정 문화재 비율을 적정히 배분해서 자문위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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