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외투쟁 거론
민주당, 국민여론이 부담

여야가 2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지만, 잠시 파국을 면할 것일 뿐 언제든 정면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원내대표들과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추천위는 회의를 재소집해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위한 재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상관없이 공수처법 개정을 위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 심사를 25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야당의 의도적 시간 끌기에 공수처 출범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거듭 못박았다.

지난달 30일 첫 회의를 시작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추천위원 7명이 추천한 11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검증을 진행하고 18일 투표까지 부쳤으나 끝내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자 2명을 압축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에 국민의힘 추천위원 2명이 전체 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하는 공수처법을 악용해 후보 추천을 방해한다며 야당 책임론과 동시에 법 개정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국민의힘은 여당이 부적격자를 추천해놓고 그 중 고르라고 강요한다면서 "자기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처장을 임명하기 위해 제대로 시행해보지도 않은 법을 또 다시 바꾸려 한다"고 맞섰다.

▲ 박병석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공수처법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병석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공수처법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고민은 여당이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등의 법 개정을 해도 국회 의석 구조상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과 장외투쟁이 당내에서 거론되는 건 그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쓴 글을 통해 "문재인 정권은 이제 곧 국회에서 광장에서 짓밟힌 풀들이 일어서서 아우성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이같은 방침을 시사했는데, 이 또한 물론 부담이 없는 게 아니다.

주 원내대표는 같은 글에서 "공수처법을 막을 힘이 우리 야당에는 없다. 삭발하고 장외투쟁해 봐야 눈 하나 깜짝할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물리적 투쟁에 근본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다, 여당이 공세를 퍼붓는 것처럼 법안·예산안 심사 등 민생을 내팽개치고 국회 밖 투쟁에 몰두한다는 역풍도 일 수 있다.

여당 쪽 부담은 역시 국민 여론이다.

YTN·리얼미터가 매주 진행하는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며 국민의힘과 격차가 좁혀지는 등 안 그래도 여론이 심상치 않다. 특히 두 기관의 11월 셋째 주(16~20일)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내년 4월 광역단체장 보궐선거가 열리는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28.7%·32.2%(경남·부산·울산 지역 수치)를 얻어 각각 28.1%·29.1%를 기록한 민주당에 근소하게 앞섰다.

민주당은 세입자 보호대책 등을 담은 부동산 3법을 일방처리했던 지난 8월(10~12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당 지지율 1위를 빼앗긴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공수처 독주'가 후폭풍을 부르지 않는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23일 민주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 재가동에 합의한 건 이런 기류를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공수처 출범에 적극적인 정의당마저 "지난해 공수처법을 처리할 때 가장 큰 명분은 야당의 강력한 비토권이었다. 힘으로 이를 무력화시키고 출범하는 공수처가 어떤 권위와 신뢰를 가질 수 있는지 의문"(24일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이라고 우려를 표해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만일 재개된 추천위 역시 최종 후보를 선정하지 못하면 민주당은 공언한 대로 법 개정을 통한 공수처장 선출 및 공수처 연내 출범에 곧바로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논평을 내 "이번 추천위에서도 공수처장 후보 결정에 협조하지 않으면 앞으로 국민의힘의 어떤 주장과 행동도 국민은 인정치 않을 것"이라며 "이미 추천된 공수처장 후보 다수는 법조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분들이고, 중립성과 공정성을 잘 지켜갈 분들"이라고 했다.

인용한 리얼미터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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