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을 매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이름값이 매겨진다. 삼성이나 LG, 롯데 등 이런 대기업의 이름값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동네 문방구 역시 매매할 때엔 이름값을 포함해 계약하는 게 상례다. 어쩌면 이런 기업들은 상표권을 가격으로 매기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어느 정도 선명할 테니까. 그런데 예술계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평가 잣대가 있다 하더라도 금액으로 환산하기 모호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연극축제인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의 상표권 가치는 얼마나 될까. 또한 영국의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상표권 가치는? 둘 다 그 역사성과 명성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 대기업 이름값 정도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짐작한다.

이름값이란 명성에 비례한다. '거창국제연극제'의 이름값은 얼마일까. 법원은 얼마 전 17억 3000만 원으로 판결했다. 판단 기준은 법에서 정해진 감정평가 항목에 따랐을 것이다. 그럼에도 처음 거창군과 거창국제연극제집행위 간의 평가 간극이 컸다. 군이 지정한 전문가는 11억여 원으로, 집행위 지정 전문가는 26억여 원으로 평가했다. 그만큼 예술 분야를 금액으로 환산하기 쉽지 않다는 걸 증명해준다.

법원의 상표권 판결 이후 거창의 시민단체들이 거창국제연극제의 상표권은 특정인이나 단체의 소유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거창주민과 세금으로 성장한 연극제이므로, 말하자면 무상으로 군이 거둬들여 연극제를 운영해야 한다는 뜻으로 비친다. 아니면 현 집행위가 국비 도비를 지원받으며 그대로 운영해야 한다는 뜻도 들어 있든지. 후자 쪽 의도라면 지지한다. 지금까지의 공이 그 능력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고 예산은 앞으로 얼마든지 투명하게 집행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비뇽도 에든버러도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국제페스티벌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상으로 정부가 회수할 권한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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