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0일 개정안 시행…면허 없이 자전거처럼 이용 가능
전용도로 부족·벌금 미부과·안전교육 미흡 등 위험 요인

다음달 10일부터 전동킥보드 관련 규정이 바뀐다.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이용자와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지키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전동킥보드, 자전거 취급 = 지난 6월 9일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자전거이용활성화법이 오는 12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를 상한 속도 25㎞/h 미만, 중량 30㎏ 미만의 '원동기장치자전거'로 정의했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자전거와 함께 '자전거 등'으로 묶여 법적으로 자전거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현재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반드시 면허가 필요하고, 차도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 하지만 25㎞ 속력으로 차도를 주행해야 한다는 원칙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 사고율도 치솟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의하면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2019년 447건으로 폭증했다. 경남 도내 사고 건수도 2017년 3건, 2018년 4건, 2019년 7건으로 꾸준히 느는 추세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은 그동안 불법이었던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 도로가 없을 때만 우측 가장자리 차선 이용이 허용된다.

▲ 다음달 10일부터 규정이 바뀌어 전동킥보드를 자전거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안전과 관련한 제재조항이 없고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통행이 가능해져 보행자 사고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사진은 경찰의 안전계도 활동.  /경남도민일보 DB
▲ 다음달 10일부터 규정이 바뀌어 전동킥보드를 자전거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안전과 관련한 제재조항이 없고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통행이 가능해져 보행자 사고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사진은 경찰의 안전계도 활동. /경남도민일보 DB

문제는 안전 규제도 자전거 수준으로 완화된다는 점이다. 개인형 원동기면허 취득제한 나이(16세)를 더는 적용받지 않아 어린이(13세 미만)가 아니라면 누구나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다.

또한 현재는 전동킥보드를 탈 때 안전모를 쓰지 않으면 오토바이 등 이륜자동차와 같이 2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안전모 착용을 강제할 방법도 사라진다. 지난 2018년 9월부터 자전거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위반에 따른 처벌 조항은 아직 없는 상태다.

이런 한계는 전동킥보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자전거 이용자도 잘 지키지 않는 안전모 착용 규정을 킥보드 이용자가 준수할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만일 업체가 공용 안전모를 마련한다고 해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창원시는 이미 지난 2018년 공용자전거 누비자 주차장에 공용 안전모를 비치했었지만, 현재 대부분 분실됐다.

◇보행자 충돌 위험 여전 =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전동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도를 주행하면 불법이다. 그러나 이를 단속할 수 있는 근거는 더욱 모호해졌다. 자전거 전용도로뿐 아니라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도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자전거도로 중 전용도로 비율은 높지 않다. 70%가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다. 업체 4곳이 공유형 킥보드 430대를 운영하는 창원시의 경우, 총 자전거 도로는 603.16㎞지만 전용도로는 97.66㎞에 불과하다. 그나마 의창구·성산구에 98.9%(96.66㎞)가 집중돼 있다. 마산합포구와 마산회원구는 자전거 전용도로 없이 겸용도로만 155.29㎞다. 킥보드 이용자와 보행자가 부딪힐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 다음달 10일부터 규정이 바뀌어 전동킥보드를 자전거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안전과 관련한 제재조항이 없고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통행이 가능해져 보행자 사고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사진은 불법 주행 이용자.  /경남도민일보 DB
▲ 다음달 10일부터 규정이 바뀌어 전동킥보드를 자전거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안전과 관련한 제재조항이 없고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통행이 가능해져 보행자 사고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사진은 불법 주행 이용자. /경남도민일보 DB

보행자단체 '걷는 사람들'에서 활동하는 최명(48) 씨는 "인도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이어지는 구간도 있고, 표시도 명확하지 않다 보니 시민들이 제대로 구분하기가 어렵다"며 "킥보드는 자전거와 달리 시속 25㎞까지 급가속이 가능한 만큼 인도에서 보행자와 부딪히면 양쪽 다 크게 다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고 위험은 존재하는데 관련 보험이 미비하다는 점도 이전부터 지적돼온 문제다. DB손해보험이 지난 11일 오토바이 운전자 보험에 개인형 이동장치 상해 보장을 추가한 형태로 상품을 출시한 바 있지만, 아직 그 수가 많지 않다.

◇개정안 보완 움직임 = 창원시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여러 허점을 보완하고자 공유킥보드 업체들과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시 관계자는 "업체들이 본사 차원에서 일단 16세라는 연령 기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고 예방을 위해 업체·경찰 등과 함께 희망하는 학교에 헬멧 착용·주행가능도로 등 안전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험과 관련해서는 "공유형 킥보드 업체들이 각 손해보험사와 협약을 맺어 조금씩 상품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대부분 기기 결함에 대비하는 내용"이라며 "사고 사례가 누적되면서 상해 보장 범위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차원에서 개정안을 보완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천준호(더불어민주당·서울 강북구갑) 국회의원은 지난 17일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면허 소지자만 탑승 △제한속도 20㎞ 하향 △안전장비 미착용 시 벌금 부과 등 안전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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