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부산 민심공략 반면 서울 중도층 이탈·대선 악영향 우려도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지난 17일 발표한 최종 검증 결과의 후폭풍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의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부산 가덕도 신공항 추진 드라이브에 맞서 국민의힘 일각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으나 제각각 다른 목소리로 자중지란이 심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무엇보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통령선거에 미칠 파장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권이 가덕신공항을 밀어붙이는 배경 요소 중에 '경남·부산 민심 공략'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호남 출신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로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다소 밀리는 형세를 뒤집기 위한 회심의 승부수일 수 있다.

대선 주요 승부처이자 내년 보선이 걸린 영남 민심 획득 없이는 대권도 기약할 수 없는 만큼 설령 그것이 '독배'라도 외면할 수 없는 카드였다는 이야기다.

만일 김해공항 확장안이 총리실 재검증을 통과했다면 이 대표를 비롯한 여권은 더 큰 비난에 시달렸을 것이다. 경·부·울 민주당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문제제기를 시작해, 지난해 총리실 재검증까지 관철하며 수년의 시간을 보냈지만 아무 성과 없이 시간과 비용만 허비한 꼴이 되는 까닭이다. 민주당 구상(?)대로 가덕신공항으로 내년 부산시장 보선을 잡고, 경·부·울과 대구·경북 보수 정치권이 분열된다면 이보다 완벽한 차기 대선 구도는 없을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9일 오후 열린 제382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9일 오후 열린 제382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실제로 그 같은 결과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경남·부산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 가덕신공항 파괴력이 현 정권 심판 여론마저 잠재울 수 있을지, 부산시장 보선과 함께 열리는 서울시장 보선에 혹 악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불투명한 게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지역개발사업이 곧바로 표심으로 연결된다는 통념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여권은 경남도민의 오랜 숙원이라는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를 안기고, 문재인 대통령이 경·부·울 지역을 2019년 한 해만 무려 16차례 방문하는 총력전을 펼쳤지만 경·부·울 7석 확보에 그쳤다.

이 지역 총선 패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제적 불만과 현 정권 심판 정서가 완화됐으면 모르겠으나,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여파로 민생은 나아질 기미가 없고 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에서 비롯된 보선, 김경수 경남지사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등 여권의 악재는 외려 더 많아진 게 현실이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선과 함께 열리는 서울시장 보선도 주목할 부분이다. 가덕신공항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서울시민들, 특히 중도·무당층을 중심으로는 선거를 앞두고 안 그래도 논란이 큰 국가 재정건전성에 타격은 없는지 면밀히 따져볼 가능성이 크다.

가덕신공항이 보선과 대선 모두를 잡는 '신의 한수'가 아니라, 부산시장 보선만 주력하다 서울시장 보선은 물론 대선까지 놓치는 '최악의 한수'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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