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환 감독 세 번째 영화
유족 인터뷰로 비극 담아
21일 창원 관객과의 대화

2013년 <레드툼>, 2017년 <해원>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구자환 감독이 세 번째 영화 <태안>을 들고 돌아왔다. 21일 오후 3시 30분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메가박스 창원점에서 상영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 상영 일정을 시작한다.

영화 <태안>은 한국전쟁 시기 충남 태안군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다. <레드툼>은 경남, <해원>은 전국을 범위로 하는 영화였다. 구 감독이 세 번째 영화에서 충남 태안을 선택한 이유는 민간인 학살의 잔혹성과 비극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민간인 학살 중에서도 경남 지역에서는 보도연맹사건이 두드러진다면 충청과 경기 지역은 부역 혐의자 학살 사건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부역 혐의자 학살은 인민군 점령 전후로 주민들 사이에 보복을 위해 이뤄진 경우가 많아 그 양상이 아주 참혹하고 잔인했다. 태안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의 장면들.  /스틸컷
▲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의 장면들. /스틸컷

"그냥 죽인 것이 아니고 사람을 묶어서, 두 사람을 이렇게 철사로 묶었더라고. 먼저 기름을 뿌리고 불을 지르고 총을 쏜 거여. 사격을. 그런데 사격에 맞은 사람도 있고, 개 끄슬리듯 이렇게 죽은 사람도 있고…." (유족 인터뷰 중)

지금 태안은 관광지로 유명해졌다. 관광객들은 자신들이 거니는 바닷가에서 70년 전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 사실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태안에는 여전히 지옥 같은 기억과 아픔을 품고 사는 희생자 유족들이 있다. 영화 <태안>은 세월호 참사 유족인 '유민 아빠' 김영오 씨와 태안유족회 이사인 강희권 씨가 이런 유족들을 찾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21일 창원상영회에서는 영화 상영 후 김영오 씨와 구자환 감독이 직접 관객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구 감독은 영화 정식 개봉을 내년 7월 즈음으로 잡고 있다. 이번 순회 상영회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취지로 준비됐다. 그가 이번 행사를 준비한 계기는 SNS에 올린 글에 잘 나와 있다.

▲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의 장면들.  /스틸컷
▲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의 장면들. /스틸컷

"100만 민간인 학살이 있은 지 70년을 전후하는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제대로 된 추모행사 하나 열리지 못했다. 민간인 학살은 여전히 대중의 관심 밖에 있다. 영화제를 통해 <태안>을 공개하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태안>은 구 감독의 <레드 툼>, <해원>과 마찬가지로 보기에 불편한 영화다. 하지만,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는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

한편, 이번 영화는 전국 뜻있는 시민과 시민사회단체 후원 그리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 한국영상위원회의 제작지원, 영화진흥위원회의 후반제작지원으로 완성됐다.

▲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에 나오는 피학살자 유해 발굴 현장.   /스틸컷
▲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에 나오는 피학살자 유해 발굴 현장.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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