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도 주며 농산물 계약 구매
소비자 사이 재료 고집 입소문
온라인 넘어 백화점 입점·수출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 최참판댁으로 널리 알려진 하동군 악양면. 이곳에 올해 경남도 스타기업에 선정된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이하 에코맘)'이 있다. 신선한 제철 재료만으로 이유식을 만든다는 게 소문나 아기를 둔 엄마들 사이에선 이유식 성지로 자자한 곳이다.

39살의 오천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평범한 시골 청년에서 매출 100억 원이 넘는 기업의 CEO가 된 스토리가 궁금했다. 하동 출신인 오 대표는 삼육대에서 피부미용을 전공하고 서울 화장품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2007년 피부미용기기·화장품 유통업체를 차려 큰돈을 벌었고, 2011년 서울 강남의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반기다'라는 죽 전문점을 차렸다.

오 대표는 "촌놈이다 보니 돈을 좀 벌었다고 고향 생각이 났다. 그래서 고향 농산물로 죽을 만들어 팔았는데 1년 만에 망했다"며 허허 웃었다.

결과는 실패였지만, 새로운 사업 아이템도 이때 찾았다. 오 대표는 "한 손님이 간을 하지 말고 달라고 해 물었더니 재료가 좋아 아기 이유식으로 먹인다고 했다"면서 "그렇게 '이유식'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있음을 알게 됐고,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판매방식도 그때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다시 하동에서 2012년 4월 '에코맘'을 창업했다. 새 사업을 시작하고 3년간은 하루 3시간 이상을 자지 않았다. 주위에서 그를 '일중독자'라 부를 정도였다.

질 좋은 지역 재료를 쓰는 게 알려지면서 사업은 번창했고, 서울 현대·롯데·갤러리아백화점에 입점했다. 지난해 매출 127억 원을 올렸다.

주로 우체국택배로 제품을 발송하는데 하루 3000개 이상을 보내다 보니 하동우체국의 택배 매출이 상승해 인센티브를 받기도 했다. 오 대표는 하루 택배비용만 600만~700만 원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 오천호 하동군 에코맘의 산골이유식 대표가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오 대표 뒤편으로 에코맘 이유식의 주재료를 생산하는 지역 농가 사진이 걸려 있다.  /주찬우 기자
▲ 오천호 하동군 에코맘의 산골이유식 대표가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 오 대표 뒤편으로 에코맘 이유식의 주재료를 생산하는 지역 농가 사진이 걸려 있다. /주찬우 기자

에코맘은 지리산 해발 500m에서 자란 솔잎 청정한우, 청정 남해서 나는 고급 어종인 달고기, 지리산 방사 유정란 등 제철 재료로 만든 제품만을 사용한다. 이곳에선 300가지가 넘는 이유식과 70여 종의 반찬이나 간식을 생산·판매한다.

오 대표는 "지역 농산물을 웃돈을 줘서 사들인다. 그래야만 농가에서 농사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매출 127억 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지역농산물을 구입하는 데 썼을 정도로 좋은 재료만을 고집한다"고 말했다. 에코맘과 계약한 농가는 120가구에 달한다.

2014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에코맘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도 관심이 많다. 올 4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대구·경북지역 육아 가정에 이유식 1만 팩 이상을 기부했고, 하동군민여성의원에서 태어난 아기에겐 이유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오천호 대표는 농업을 사랑하는 청년이다. 에코맘 공장 입구에는 계약재배 농부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최근 에코맘은 지리산 천왕봉 높이인 1915m의 의미를 살린 '1915M'으로 새로운 사명을 사용하기로 했다. 기존 '에코맘의 산골이유식'은 영유아 브랜드에 집중하고, '산골한밥'이라는 실버푸드도 준비 중이다.

오 대표는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먹는 음식과 죽기 전 마지막으로 먹는 음식이 바로 죽과 미음"이라며 "인생 한 주기를 관통하는 메뉴로 친환경 농업을 확대하는 게 우리 회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에코맘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국, 호주 등 17개국에 이유식을 수출하고 있다. 오 대표는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이유식에 대한 인식은 좋지만, 가격이 비싸다. 그 나라의 소득수준이 향상되면 어느 순간 매출이 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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