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문화동 만날고개에 있는 높이 15m 나무
수십 년 동안 '목신'이라 여기며 기도·보살펴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화동 만날고개 언덕에 오르다 보면 자애로운 모습으로 합포만을 내려다보는 400년 된 푸조나무(마산합포구 월영동 302)를 만난다. 이 푸조나무는 19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됐다. 높이 15m, 둘레 3.8m나 되는 건강하고 우람한 나무로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 있다. 이 나무 근처에 사는 학동댁 강계헌(95) 어르신께서 정성스럽게 돌본 사연이 있었다.

만날고개 철탑까지 가는 길을 걸으려고 만날고개에 오르다 푸조나무 근처에서 강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송충이 먹어서 다 죽어가기에 시청에도 찾아가고 약도 쳐서 나무를 살려냈다"고 말했다. 지금도 할머니는 '목신'이라 생각하며 음력 8월 17일에 술을 놓고 고사를 지내고, 좋은 날마다 새벽에 기도한다고 한다. 할머니는 "이 나무 영험하다. 내 소원 다 들어준다"고 했다. 실제로 15년 전에 푸조나무 근처에 물탱크를 파는 공사한 이후 할머니는 오른쪽 다리가 아파서 병원에 가서 치료해도 낫지 않았는데, 새벽마다 나무에 기도한 후로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한다. 푸조나무 뒤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춘구(64) 씨도 "푸조나무에 정성으로 기도해 병든 사람이 치유된 이야기도 있다"고 했다.

▲ 55년째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화동 만날고개 푸조나무 근처 집에서 아들과 함께 생활하며 정성으로 나무를 돌봐 온 강계헌 할머니. 할머니는 매년 음력 8월 17일이면 고사를 지내고 좋은 날마다 새벽에 기도한다. /정경란 시민기자
▲ 55년째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화동 만날고개 푸조나무 근처 집에서 아들과 함께 생활하며 정성으로 나무를 돌봐 온 강계헌 할머니. 할머니는 매년 음력 8월 17일이면 고사를 지내고 좋은 날마다 새벽에 기도한다. /정경란 시민기자

연세가 높으나 자그마한 체구에 몸이 다부지고 고운 모습에 강 할머니께 선뜻 인사를 건네니 할머니의 살아온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강 할머니는 덕산에서 태어나셨고, 55년째 만날고개 푸조나무 근처 작은 집에서 몸이 불편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어시장에서 생멸치를 받아 이고서 식당마다 멸치를 담아주고 주문한 생선도 가져다주며 장사했고, 푸조나무 아래에서 막걸리·파전을 팔기도 하며 5남매를 키우셨다고 한다. 할머니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옛 시절 마산 사람들이 살았던 한 장면이 떠올라 더 정겨웠다.

무학산둘레길을 가거나 대곡산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만날고개 푸조나무 근처에서 강 할머니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지금도 날마다 월포초등학교 앞에 있는 월포미장원을 운영하는 둘째딸 가게까지 혼자서 비탈진 길을 걸어다니시는 강 할머니의 삶은 건강하고 멋진 만날고개 푸조나무와 일생을 함께하고 있다. 내년 가을에도 푸조나무 아래에서 강계헌 할머니의 건강한 모습을 뵐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만날고개를 오르며 푸조나무 아래에서 소원도 빌어보고 합포만을 바라보며 쉬어가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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