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탓 재정 누수 심각해
불법기관 신속·전문적 단속해야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사를 고용해 불법으로 운영하는 병원을 이른바 '사무장병원'이라고 한다. 사무장병원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의료계의 병폐로 다루어져 왔다.

이들 불법개설 기관의 과도한 영리추구 행위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보건의료계 질서를 파괴하며, 국민건강보험의 재정누수로 이어진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있었던 2018년 밀양요양병원 화재사건은 이러한 문제가 드러난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발표에 따르면 사무장병원 등으로 말미암은 재정누수는 해마다 증가해 2020년 6월 기준으로 약 3조 4000억 원에 달하지만 환수율은 5.2%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이러한 폐해를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불법개설 기관을 조기에 단속해 근절하는 것인데 그 방안의 하나로 건보공단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권 부여가 논의되고 있다. 2018년 12월 6일 '사법경찰직무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으며, 사무장병원·약국의 효율적인 단속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사무장병원을 수사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불법개설기관을 단속하는 데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먼저, 행정조사의 경우 강제조사를 진행할 수 없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평균 11개월 정도가 걸려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수사가 장기화하는 동안 해당 기관이 자금을 은닉한다면 회수가 어려워진다. 그리고 현재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받은 보건복지부는 다양한 업무를 담당해야 하므로 불법 개설기관을 담당할 인원이 극히 제한적이고, 면허대여약국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

그렇다면,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이 부여된다면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불법 개설기관 단속은 조기단속과 함께 신속하고 전문적인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건보공단은 불법개설기관 단속에 필요한 전국적 조직망과 전문 조사인력, 불법개설 의심기관 감지시스템(BMS) 등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즉, 건보공단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심기관 분석시스템을 통해 조기단속에 유리하고, 보건·의료라는 특정 영역의 범죄 단속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신속하고 전문적인 수사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보건의료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 개설기관 즉, 사무장병원 등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지만 불법 개설기관은 더 치밀한 방법으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고 있어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자는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어 심의 중이다. 이 법률안에서는 직무범위를 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추천권이 주어진다.

이번 국회에서는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이 통과돼 재정누수를 막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건강보험제도가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지켜주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유지될 수 있도록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그 성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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