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배우자·돈 탓 도마 오른 정치인들
나는 운전면허마저 없으니 자신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정치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나름의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정치인의 앞길을 가로막는 5가지 늪. 나에게는 이 다섯 가지가 없다. 이름하여 5무(無).

먼저, 나는 자식이 없다. 정치인에게 자식이란 무엇인가? 내 품 안의 자식이지, 내 품을 떠났을 때는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장제원 의원을 보라. 설마, 아비가 아들에게 음주운전을 권장했겠는가? 뺑소니를 부추겼겠는가? 배울 만큼 배운 홍정욱 전 의원이 딸의 마약 밀반입을 가르쳤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세상에서 자식만큼 뜻대로 되지 않는 존재가 없다는 통상적인 상식은 정치인에게 통하지 않는다. 자식의 죄를 아비에게 물어라! 가차없이 연좌제를 적용시킨다. 다 큰 자식을 집에 가둬놓을 수도 없고 호적을 파버릴 수도 없는 노릇. 정치인에게 자식은 최고의 아킬레스건이 될 확률이 높다. 차라리 잘못이 있다면 덜 억울하다. 추미애 장관이나 조국 전 장관을 보라. 없는 문제도 탈탈 털어서 문제를 만드는 검찰과 언론의 합작품에 자식문제만큼 더 좋은 소재는 없다. 최근 세상을 떠난 어느 회장님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는 말을 남겼지만 대한민국 정치인은 한 술 더 떠 자식까지 바꿔야 살 수 있다.

내가 정치를 할 수 있는 자격 두 번째, 나는 배우자가 없다. 대한민국 정치인에게 배우자란 무엇인가? 선거기간 명함 돌릴 때 빼고는 딱히 좋은 점을 찾아볼 수 없는 존재이다. 정치인의 배우자는 남편 혹은 아내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인과 동등한 공직자의 윤리를 강요받는다. 옷차림이 화려하면 서민적이지 못하다고 욕 듣고, 수수하면 세련되지 못하다고 수군댄다. 밥을 먹다가도, 차를 마시다가도, 심지어 목욕탕에서도 긴장하며 인사를 해야 하는 신세. 우물쭈물 인사 타이밍을 놓치는 순간, 시민을 아래로 보는 건방진 정치인의 배우자로 찍힐 수가 있다. 바늘과 실처럼 정치인과 배우자를 쌍으로 묶어 인식하는 현실에서 정치인 배우자에게 사생활 보장과 같은 선진국 용어는 허용되지 않는다. 강경화 장관과 그 남편을 보라. 요트를 사서 세계 여행을 하고 싶은 은퇴한 노교수의 오래된 버킷리스트가 잘못인가? 코로나 전파가 우려되는 상황이 아님에도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적인 꿈을 저버리기를 강요한다. 부부 일심동체를 요구하는 대한민국에서 정치인의 배우자는 잠재된 논란거리가 될 확률이 높다.

내가 정치를 할 자격 조건 세 번째, 나는 돈이 없다. 사업 자금도 없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 도곡동 땅을 살 수도 없고 BBK·다스 같은 회사를 차릴 수도 없다. 박덕흠 의원을 보라. 돈이 있었기에 가족 명의 수천억 원대의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다. 만약 돈이 없었다면 우아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 다행히 나는 돈이 없다.

다음으로, 돈이 없으니 집을 살 수 없고, 집이 없으니 부동산 투기는 꿈도 못 꾼다. 부동산법을 고쳐 재테크를 하려고 해도 일단 집이 없으니 할 방법이 없다. 주호영 의원처럼 아파트 한 채에 23억 원의 시세차익으로 수익을 올리는 재테크의 달인이 될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는 운전면허가 없다. 원천적으로 운전을 못 하니 차가 없고, 차가 없으니 운전대를 잡을 일이 없다.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변명이 필요 없다. '민식이법' 앞에 고개를 숙일 일도 없다. 고로 나는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할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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