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거창군 아림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심은 벼를 수확했다. 손 모내기한 벼를 옛날 탈곡기인 홀태기(벼훑이)로 추수까지 한 것이다. 학생들은 공들여 토종 볍씨를 거둬 심었고, 애써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다.

학교는 가을 추수를 전교생이 참여하는 행사로 만들었다. 통합교육과정으로 손 벼 베기를 비롯해 사진 경연대회·백일장·그림 그리기·자연관찰 그림일기·메뚜기 잡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수확한 쌀은 한 달 동안 학교급식으로 사용하고, 남은 쌀은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는 계획도 학생들과 함께 세웠다. 농민단체도 토종 벼에 대한 정보부터 자연과 공생하는 친환경 농법까지 다양한 정보와 가치·기술을 학생들과 나눴다. 이 밖에도 농사에는 학부모를 비롯해 지역의 여러 단체가 힘을 보탰다. 가히,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지역사회가 함께한 것이다.

지역 공동체는 청소년기 학생의 사회성과 인간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번 활동은 농업이 기반인 지역사회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계기는 물론, 사회구성원으로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특히, 환경과 농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삶의 터전으로 농촌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학생과 교사·학부모·지역사회가 참여하는 교육은 교과서 속 공부와는 차별화된 살아있는 교육이다. 내가 사는 마을 곳곳이 신나는 교실이 되고, 마을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이 다시 마을공동체의 주인이 되는 교육. 생뚱맞을지 모르겠지만 농촌 작은학교 폐교 위기와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지역 교육공동체와 마을학교가 자꾸 떠오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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