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주로 생일, 결혼, 출산, 졸업, 입학, 합격 등을 축하하고자 건네는 물건. 때론 고마움이나 미안함, 관심과 애정을 전하는 무엇. 그리고 어떤 때에는 주고받는 두 사람만 아는 언어.

그래서 모든 선물은 크고 깊고 무겁습니다. 마음이, 시간이, 말이 담겨있어서요. 뭘 선물할까 신중하게 고민하고, 받은 선물을 특별히 간직하는 것도 그런 이유겠지요.

요즘 위생용품을 선물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마스크, 손 소독제, 물티슈 같은 것요. 여기엔 '당신이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하는 기원이 가득합니다. 종종 어느 모임, 업체, 기관에서 여러 사람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는데요. 지방자치단체에서 홀로 사는 어르신이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구 등을 찾아 전달하기도 하고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각자의 안녕이 긴밀히 이어져 있다는 걸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친구와 동료가, 이웃이, 지금 내 곁을 지나는 저 사람이 안전해야 나도 안전하다는 사실요. 그러니 누군가의 안녕을 기도하는 것은 나의 안전을 소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며칠 전 11월 9일은 소방의 날입니다. 119를 상징합니다. 날씨가 더욱 건조해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불조심을 또 한 번 되새기기 알맞은 날입니다. 소방서에서도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정해 사전점검과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불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지만 내가 있는 건물에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 소화전은 어떻게 쓰는지, 탈출 장비가 있기는 한지 모르고 방심하기 쉽습니다. 집에서도 천장의 화재감지기와 살수장치만 믿고 있는 편이죠.

소방의 날에 소화기를 선물하면 어떨까요? 자그마한 가정용·차량용 소화기가 있고, 장식품 역할까지 할 수 있게 만든 것도 있으니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요? 그 소화기가 여러 가정, 여러 사람의 안녕을 지킬 겁니다. 더불어 나의 안녕도 지켜주겠지요. 참, 집들이 선물로도 더할 나위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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