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전보의 내용 글 10자 제한을 약속이나 지키듯 꼭 맞게 자신의 분신 50주기(周忌)에 맞추어 보내준 전태일 열사의 하늘발(發) 전문(電文)이 퍼졌습니다. 청와대에도, 국회에도, 노동부에도 두루 갔을 것입니다. 추모의 손으로 전보를 펼치는 즉시 눈도 마음도 전광석화로 찌릿찌릿 뜨거워지게 한 것은 불변의 아포리즘인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였습니다.
1970년 11월 13일 그 바로 오늘, 스물두 살의 청년 전태일은 자신의 분신 불길에다 근로기준법도 불태웠습니다. 이런 환(幻)! 자신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은 전(全) 열사는 어쩌면 스스로의 다비(茶毘)로 '노동의 빛 사리'를 남겼겠거니 싶어 친구(親口)도 하고 눈도 감아 봅니다.
초등학교 2년, 고등공민학교(중등 과정) 1년의 짧은 학력으로 지어낸 책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속 "인정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존재한다"는 등의 부조리 길항(拮抗)은 실존적 창(槍)이었습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그 외침 50년 후에도
노동자 목숨 갈아 먹으며
돌아가는 저 살인기계들!
김용균
엄마의 절규쯤이야
우습기만 하네, 잘도 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