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재연구 지휘 중심기관으로
'소재 자립화 실현'시대적 소명도

11월 20일, 한국재료연구원이 개원한다. 국회에서 법이 통과한 지 6개월 만이다. 연구기관 하나 만드는데 무슨 '법률'까지 만들어야 하나 생각이 들 수 있다. 법 제정을 통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연구기관의 난립을 막고, 설립된 연구기관에 대해서 정부가 그만큼 투자하겠다는 신중함이 담겨 있다. 한편 설립된 연구기관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다시 법률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기관의 법적 보호와 안정적 연구환경을 확보하는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 부처별로 여러 개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그중에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연구기관은 현재 총 19개이며, 한국재료연구원이 20번째 연구기관이 된다. 정부는 원자력·정보통신·기계·생명·항공 등 산업 발전과 함께 해당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하나씩 설립하여 왔다.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할 정도의 핵심 산업임을 감안하면 한국재료연구원 설립은 매우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최근 일본의 소재수출규제 사태를 겪으면서 소재를 외국에 의존하고 조립완제품 위주의 산업발전 전략만으로는 세계 최고의 산업국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됐다. 또한 미래 첨단제품의 성패는 소재원천기술 확보에서 시작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과 공감대에 맞춰 한국재료연구원 설립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 소재기술 역량을 살펴보면 논문 수는 세계 3위, 미국특허는 세계 4위를 자랑할 만큼 우수한 연구역량을 갖고 있다. 연구자 수와 연구 투자비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공공연구기관의 연구역량이 분산되어 있고, 산학연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중심기관 이른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 문제점이었다. 한국재료연구원 설립 법안의 제안이유를 살펴보면 '소재분야 연구개발의 허브 및 리더로서 한국재료연구원을 설립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공공연구기관과 대학의 연구역량을 결집하는 구심점, 산업계와 연구계를 연결하는 가교, 미래의 연구방향 제시 등 소재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한국재료연구원의 막중한 임무이다.

30여 년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한국재료연구원의 설립은 창원지역에 위치한 정부출연연구기관 본원의 숫자가 2개로 원상 회복되는 의미를 가진다. 과거 수도권과 대전(대덕연구단지)을 제외하면 창원은 2개의 정부출연연구기관(한국기계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이 존재하는 유일한 지역이었다. 한국기계연구원 본원이 지역을 떠난 후 재료연구소는 어정쩡한 분원과 부설기관으로 존재하다가, 30여 년 만에 독립법인의 본원이 된 것이다.

10여 명의 작은 센터 규모의 지역 연구조직이라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지자체 현실을 감안하면 600여 명의 한국재료연구원은 지역발전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지역 기업은 가까운 거리에서 연구개발·시험평가·기술지원의 혜택을 받으면서 첨단기술을 전수할 수 있다. 대학은 공동 연구개발의 기회를, 학생은 연구실습을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우수한 연구 인력의 지역 유입은 지역의 창조역량을 높이고 혁신적인 도시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한국재료연구원은 소재 자립화라는 시대적 소명과 함께 경남도·창원시·창원상의 등 많은 지역 유관기관의 도움으로 탄생했다. 지역과 국가 산업발전의 소명에 충실하고,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사명의식을 갖고 연구개발에 매진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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