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순 상위 노출되는 체계 탓
홍보 대행사 업주에 유혹 손길
반복 작성·조작 의심 사례 다수

창원시 의창구에서 4년째 치킨집을 운영하는 ㄱ 씨는 최근 배달앱 관련 억울한 일을 겪었다. 배달원과의 실랑이로 발생한 불만을 배달앱 후기에 '별점 테러(후기 점수를 최하점으로 주는 행위)'한 것이다.

ㄱ 씨는 배달의민족 측에도 음식 문제가 아니라 배달대행에서 발생한 문제이므로 후기 삭제 등을 부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가뜩이나 부족한 별점으로 평점이 깎여나갔다. 속상한 날을 보내던 ㄱ 씨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수화기 너머 남자는 '후기 작업'을 ㄱ 씨에게 꼬드겼다.

ㄱ 씨에게는 상당히 끌리는 제안이었으나 양심 장사를 위해 거절했다. 그는 "신규 업체는 이벤트로 할인을 해주고, 결제 방식은 '만나서 결제'로 하면 실제 음식값은 나가지 않고 주문량은 늘고, 별 다섯 개 후기 작성이 가능하다면서 유혹했다"면서 "차라리 그 홍보 비용으로 손님에게 더 좋은 걸 드리는 게 낫다 싶어 안 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마케팅 대행사에서는 배민 후기와 더불어 네이버 평점, 업체 포털 연관검색어 노출 등도 가능하다며 초창기 경쟁력 확보 문의를 위해 견적을 묻는 업체가 왕왕 있다고 설명했다.

▲ 창원시의 한 배달원이 스쿠터를 타고 배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창원시의 한 배달원이 스쿠터를 타고 배달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배달앱에 등록된 업체가 후기와 별점에 민감한 이유는 배달앱 검색 상위권 노출 여부가 달렸기 때문이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앱에서 메뉴를 검색했을 때 '주문+거리+찜+평점순'으로 상위권부터 내림차순으로 노출된다. 상위권에 들기 위해 업체는 후기 작성 이벤트 등을 하며 타 업체와 출혈 경쟁을 하기도 한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지난 7월 허위 후기 단속, 예방 강화책을 펼쳤다.

올해 상반기 7만여 건의 허위 후기 사례를 적발해 후기 작성 금지 등 후속 조치를 했다.

또 전담반 신설, AI 검수 도입으로 허위 후기 단속 건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배달앱 입점 업체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더욱 더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원시 의창구에서 홀 없이 배달만 하는 치킨집을 운영하는 ㄴ 씨는 "후기를 꼼꼼히 읽는 편인데 작성자의 다른 후기까지 보다 보면 하루에 후기를 10회 작성한다든가, 지역이 수시로 바뀐다든가 등 조작이 의심 가는 경우를 발견할 때가 있다. 배달앱 스스로 자정하지 못하면 너도나도 후기 양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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