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복지센터·주민자치센터에 아동복지시설·체육관 등 조성
"일하면서 주민자치도 함께 먹고사는 문제와 별개 아냐"

매주 금요일 주민자치회와 만납니다!

지방분권의 법적·제도적 진전은 더딥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장기적으로 생활단위의 지방분권 기초와 주체를 튼튼히 해야 합니다. 법과 제도의 진전이 지방분권의 목적이 아닙니다. 지방분권 그 자체도 목적이 아닙니다. 결국 주민들이 생활환경을 결정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간 지방분권운동은 법·제도 개선 중심이었습니다. 복지·문화·환경자치 등 생활자치 운동으로 확대되지 못했습니다. 생활자치를 실천하는 전국의 주민자치회 현장을 취재합니다.

세종특별자치시 한솔동주민자치회 안신일 회장은 세종시 주민자치회의 강점을 '복컴'이라고 단언했다.

복합커뮤니티센터!

경남에서는 생소한 용어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주민자치센터라는 전통적 기능에, 아동복지시설과 도서관, 체육관까지 한 건물에 집중돼 있다 해서 '복컴'이다. 여기에 우체국, 119안전센터에 수영장까지 겸비한 곳도 있다. 안신일 회장은 작년에 새로 지었다는 한솔동 복컴 '정음관'의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자랑하듯, 샅샅이 안내했다.

▲ 밤에 찍은 세종시 한솔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정음관' 전경. /한솔동주민자치회
▲ 밤에 찍은 세종시 한솔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정음관' 전경. /한솔동주민자치회

◇행정 자치·복지 한 건물

세종시의 복합커뮤니티센터(이하 복컴)는 현 이춘희 시장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청장 재임 때인 2011년 이곳 한솔동에 처음 지었다.

지금은 세종시 10개 동지역 외에도 읍면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주민 복지·문화·체육 공간을 한 건물에 집중시킨다는 개념인데, 안신일 회장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한 곳에 전부 다 있다"고 표현했다.

"도시에서 주민들의 공동체활동은 공유공간이 있을 때 가능해진다. 세종시의 주민자치회 활동은 대부분 복컴에서 이루어진다."

경험에서 비롯된 안 회장의 지론이다.

한솔동주민자치회는 최근에 '사고'를 쳤다.

인근 다정동주민자치회가 거부했던 복컴 내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 발레연습실' 입주를 허용한 것이다.

다정동주민자치회가 한예종 발레연습실을 거부한 것은 발레연습실 특성상 공간의 높이와 넓이가 보장돼야 해 기존 클라이밍교육공간을 비워야 하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왜 다정동에서 거부한 걸 우리가 받나?"

"다른 용도의 공간을 비워야 하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유치'라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수렴한 23명의 주민자치위원이 한자리에 모여 격론을 벌였다. 1시간 40분 이상 토론한 끝에 투표에 부쳤고, '20명 찬성'이라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복컴을 새로 지은 다정동과 우리는 조건이 다르다. 한솔동 복컴 1호인 '훈민관'의 경우 건물이 오래돼 발레연습장을 유치하면 리모델링의 계기가 되고, 점점 더 구도심이 돼가는 한솔동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안신일 회장은 "주민자치회 활동 중 가장 뜨거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하나같이 복컴이 가져다준 에피소드다.

▲ 세종시 한솔동주민자치회가 복합커뮤니티센터 '훈민관' 앞에서 진행한 행사. /한솔동주민자치회
▲ 세종시 한솔동주민자치회가 복합커뮤니티센터 '훈민관' 앞에서 진행한 행사. /한솔동주민자치회

◇이방인들의 보금자리

안신일 회장은 주민자치회가 '이방인들의 보금자리'라고 했다.

"30만 명 정도 되는 세종시민들 대부분이 외지에서 온 이방인들이다. 저도 대전에서 살다가 왔다."

그러면서 안 회장은 자신의 주민자치회 입문기를 들려줬다.

"한솔동의 다른 이름이 '첫마을'이다. 세종특별자치시가 2012년에 생기고 처음 만들어진 '동'이라서 그렇다. 저도 10년 전에 '첫마을아파트 6단지'에 입주했다. 모두 7단지까지 있다. 세종시 주거지의 90%가 아파트다."

"제가 좀 활동적이라 아파트 동대표를 했다. 나중에는 입주자대표까지 됐다. 그렇게 아파트 자치활동을 하면서 온갖 잡다한 '민원'을 접했고, 그걸 해결하면서 '마을'이란 걸 이해하고 실감했다."

"민원은 개별적으로 제기하고 그게 해결되거나 해결되지 않아도 대충 그렇게 파묻힌다. 그러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아파트에 도서관을 만들자', '음악회를 해보자', '아이들 물놀이시설을 만들자'라는 식으로 공동의 과제를 만들게 됐다. 대부분 실제로 과제를 해결했다. 그러면서 '아, 이런 게 마을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아파트 자치활동은 결국 주민자치회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을 하게 됐고 위원장까지 하다가, 작년에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면서 초대 회장을 맡았다."

"작년 12월에 한 주민총회는 감동적이었다. 한솔동 주민이 1만 9000명 정돈데, 유효투표자 수가 2030명이었다. 주민들이 10% 넘게 참여했다. 아파트 자치활동 덕을 봤다. 주민자치회가 첫마을아파트 7개 단지 입주자대표회와 '업무협약'을 해서 주민총회를 방송으로 알리고, 게시판에 알렸다."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그에게 했다.

"사람들은 주민자치에 대해 이런 의문을 가진다. 주민자치가 밥 먹여 주나? 다 먹고살기 괜찮으니까 하는 것 아닌가?"

"맞는 말이다. 저도 빠듯하다.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며)세 쌍둥이와 또 하나, 아들만 넷을 키운다. 제가 보험영업을 하는데, 일도 하고 주민자치도 한다. 먹고사는 문제랑 주민자치가 동떨어진 게 아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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