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지 진해문학·시림문학
지역 역사·자연 기획특집

도내 문예지 가을호나 하반기호 살펴보기, 그 두 번째는 <진해문학>과 <시림문학>이다.

◇진해문학 = <진해문학>은 진해문인협회가 발간하는 연간지다. 최근 30호를 냈다.

올해는 한국문인협회 이광복 이사장의 단편소설 '산행'과 그의 문학 이야기를 실었다. 또, '진해와 나의 인연', '3·15의거 60주년 기념'에 대한 글을 특집으로 다뤘다.

특집에서 연극 <3·15 너의 역사> 감상평을 적은 전점석 수필가가 회원 작품란에 적은 이은상 시조시인의 작품을 분석한 글이 독특하다.

예컨대 3·1운동 기념탑의 비문을 쓰고 친일파의 묘비문을 쓰는 일이 어떻게 이은상이란 한 사람 안에서 가능한지 묻고 있기 때문이다.

"노산이 김구 주석 조가와 이승만 대통령 송가를 모두 지은 것은 두 분을 모두 존경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노산이 비록 한독당 활동을 하긴 했지만, 이승만과 김구의 단독정부 수립문제로 인한 심각한 갈등을 안타까워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혹은 자신의 진심과는 관계없이 나라의 중요한 대사이니까 행사용으로 글을 썼을 수도 있다." ('이은상의 <목이 그만 멘다>와 <송가>' 중에서)

이 외 회원 작품 중에 가을 햇살 같은 따스함이나 가을 맛이 나는 그리움이 담긴 것을 골라본다.

"지난가을에는 텃밭에다 무를 조금 낫게 심었다. 내가 밭일을 겁내도 잘 자라주고 무슨 반찬이든 조리해 먹기가 편해서였다. 발소리를 자주 들려주고 가끔 노래도 흥얼거렸더니 제법 뿌리가 실하게 박혔다." (나순용 수필 '무 타령' 중에서)

"햇살이 문틈을 뚫을 때/ 창문은 조용히 열린다/ 코끝에 솔향기 간질간질/ 푸르른 대자연이 미소 짓는다" (신향원 '마음의 창' 중에서)

"사각거리는 연필심 소리가 엉키는 밤/ 말이 전해온 소식이 노숙처럼 떠돈다/ 예의 바르게 가려주던 네모난 창이 사라진 후/ 잊기가 두려운 연인은 얇은 유리 액정 앞에서/ 긴 할부거래에 사인을 남긴다" (진서윤 시 '분실' 중에서)

◇시림문학 = <시림문학>은 진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전국에 회원을 둔 시림문학회가 발간하는 연간지다. 올해 나온 게 16호다. 이번 호에는 '경남 문인 초대시'와 '진주 남강을 노래하다'란 특집이 담겼다.

"능수매화나무 가지가 땅으로 휘어져 있다/ 한옥 지붕 처마 끝이 하늘로 휘어져 있다/ 산책길이 좌우로 휘어져 있다 (중략) 나도 마음이 조금씩 사람에게로 휘어져 있다/ 팔이 품 안으로 휘어지듯/ 세상은 모두가 저마다 사랑하는 것에게로 휘어져 있다" (양곡 '휘어져 있다' 중에서)

"가을걷이 보리갈이 낫 곰배 춤추면/ 햅쌀 두 되/ 밤 한 되 보자기에 싸 들고/ 발 디딜 틈 없는 진주교 건너/ 중앙로타리 광미라사 진주중학교/ 신들린 시가행진 불꽃놀이 보기 위해/ 남녀노소 구분 없이 체면 염치 불구하고/ 70년 역사 속 길섶에 앉고 서서/ 얽히고 싸인 걱정/ 진주성 남강 물에 유등 밝혀 토하네" (하영갑 '개천 예술제' 전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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