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고위원회 맹성토와 대조…정권 후반 부담 작용 관측도

서울고등법원이 징역 2년을 선고한 김경수 경남도지사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1심 때와 다른 대응 기조를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월 30일 1심 유죄 판결 직후에는 선고 당일 곧바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사법농단세력의 보복성 재판"이라고 맹성토하고 박주민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 며칠 뒤 판결문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행사까지 진행했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이 같은 강경 대처와 거리를 두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지사 항소심 판결은 아쉽다. 대법원에서 바로잡히리라 기대한다"고 밝힌 게 사실상 전부다. 판결 후 첫 민주당 지도부 회의인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어느 누구도 김 지사 판결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6일 논평에서 "김 지사의 결백과 무죄를 확신하며 진실 규명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행동은 없을 전망이다.

이낙연 대표는 당 차원의 지원계획을 묻는 기자들에게 "대법원 판단을 당에서 돕는 건 한계가 있다"며 "이렇게 말하는 자체가 원격지원이라고 받아들여달라"고만 했다.

여러 이유와 배경이 있어 보인다. 현 민주당 지도부의 성향 자체가 1심 때와 일단 다르다. 당시는 '강성 친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이해찬 대표-홍영표 원내대표 체제였지만 지금은 강성 친문과 다소 거리가 있는 이낙연 대표-김태년 원내대표 체제다.

건드려봐야 '긁어 부스럼'이라는 우려도 작용했을 수 있다. 민주당이 1심 직후 재판장의 전력 등을 거론하며 판결을 근본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자, 야권 등은 "사법체제 부정이자 삼권분립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공격했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2019년 1월 24일)되는 등 '사법적폐 청산'이 한창이던 문재인 정권 초기면 모를까, 지금은 정권 후반기로 향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밝혔듯 김 지사 판결과 관련해 당 차원의 특별한 대응은 없을 듯하다"며 "이해찬 전 대표보다 상대적으로 신중한 이낙연 대표 스타일도 있고, 또다시 사법체제를 흔든다는 비판도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유력 대선주자(김경수 지사)를 당이 앞장서 '구하기'에 나서는 것도 정치적 부담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6일에 이어 9일에도 김 지사와 현 정권의 도덕성을 질타하며 지사직 사퇴 및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사회에서 공정한 여론 조성만큼 중요한 것은 없으며, 특히 선거에서 여론조작은 국민 의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허무는 중대 범죄"라며 "김 지사는 대법원을 압박해 또 다른 조작을 기획할 게 아니라 자연인으로 돌아가 참회해야 하며, 댓글조작의 최대 수혜자인 문재인 대통령도 최측근이자 복심의 관여 사실만으로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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