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 행동철학이 경남 생존의 정신 기반
인재 양성 산실 이름서부터 선생 기려야

무지개 빛깔 가을 생명길이 아름다운 날. 오후 5시경 야생 따오기 13마리가 복원센터에서 일제히 날아오른다. 복원센터에서 물위를 지날 때에는 낮게 날갯짓을 하고, 숲을 만나면 다시 높게 날아오르면서 마을 잠자리로 찾아간다. 하루 종일 복원센터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마을 잠자리로 이동하는 시간은 3∼4분이면 충분하다.

글쓴이는 매일 산허리와 마을에서 따오기들이 무리지어 행동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마을 앞 잠자리로 이용하는 소나무가지에 앉아 깃털을 다듬고 있는 모습을 살펴보는 순간은 행복하다. 그런데 갑자기 따오기들이 일제히 쉼터에서 날아오른다. 참매 한 마리가 따오기 쉼터 앞에 나타나자 재빨리 무리지어 도망을 가는 것이다. 참매는 무리 중에서 뒤처진 2마리 뒤를 부지런히 쫓아갔지만 사냥에 실패하고 말았다. 도망 간 따오기들은 복원센터로 돌아갔다가 오후 5시 20분 다시 잠자리로 돌아온다. 따오기 관찰일기를 쓰고 있는 필자로서는 매우 긴장했던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이미 10일 전 참매에게 쫓긴 경험이 있는 따오기들이 마을 쉼터로 돌아오는 데 3일이 걸렸다. 오늘은 다행히 쫓겨 갔던 따오기들이 바로 쉼터로 돌아왔다. 야생 따오기들도 스스로 주위의 위험한 환경을 극복해가는 과정으로 보여서 다행한 일이다.

12년 세월을 거쳐 복원된 따오기 80마리가 야생에 나가 작년에 40마리 중 두 마리가 둥지를 틀고 4개의 알을 낳았지만 담비 공격과 무정란으로 자연부화에 실패하였다. 올해 다시 40마리가 야생으로 나감으로써 작년에 살아남은 20마리와 함께 60마리가 야생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다행히 우포늪 주변 한 마을에는 13마리 따오기가 무리를 지어 잠자리로 이용하고 있어 복원센터와 관찰자인 필자는 매일 그들의 행동을 살피면서 안전한 자연부화를 기다리며 따오기 행동을 주목하는 것이다.

이렇게 야생에서 어린 따오기들이 스스로 살아가는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들꽃은 스스로 자란다"고 했던가. 사람도 마찬가지다. 지금 쑥쑥 자라고 있는 미래 세대들에게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스스로 세상의 재해 위험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따오기 복원 과정에서 예상 위험을 사전 교육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게 도와주는 일이다.

"가장 고귀한 즐거움은 이해의 기쁨이다"라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말한다.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공자도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힌다면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했다. 낙동강 중류의 많은 인물 중 한훤당 김굉필과 퇴계 이황 같은 분은 당대의 훌륭한 배움과 행동으로 선비정신을 보여준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조선 중기에 남명만큼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재야에서 정치권력을 향해 비판을 넘어 대안을 제시한 참 선비는 드물다. 더하여 후학을 길러 국난을 대비하고, 행동하는 인물들을 길러낸 역사 속에서 으뜸 공자 제자이며, 진정한 선비로 추앙되고 있다.

굳이 이렇게 야생 따오기와 사람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경남은 이런 인물을 말과 글로만 존경을 표한다. 이제 남명의 사상과 행동철학을 이어 갈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충청북도에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정신을 본받아 세운 단재교육연수원이 있다. 경기도에는 율곡 이이 선생의 학덕을 이어가겠다는 율곡교육연수원이 있다. 경남도 인재를 기르는 기관을 남명교원연수원, 남명인재개발원 등으로 개칭하여 그 행동철학을 이어가는 것이 경남다움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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