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보면 비슷한 것 자동추천
다양성 존중 문화 더욱 지향해야

주말이면 어김없이 아이들이 아빠의 스마트폰을 차지한다. 유튜브에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이다. '흔한 남매', '밍꼬발랄', '방울이TV', '토깽이네' 등 갖가지 영상 콘텐츠가 넘쳐난다.

좋아하는 동영상과 비슷한 것을 찾기 쉬운 이유는 유튜브의 콘텐츠 보여주기 알고리즘 때문이다. 특정 콘텐츠에 접속한 이후에 그와 유사한 콘텐츠를 다양하게 나열해 주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찾는 데 매우 쉬우며 유사한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게 한다.

최근 동영상 콘텐츠 유통을 주도하고 있는 넷플릭스도 이와 유사한 알고리즘을 지니고 있다. 재난영화를 한 편 보고 나면 '○○와 비슷한 콘텐츠'라고 해서 수많은 재난영화 목록이 나타난다. 페이스북 역시 내가 좋아하는 친구의 소식이나 관심을 두는 분야의 정보가 우선으로 뉴스피드에 올라오면서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기도 하다. 어떠한 것에 관한 관심이 유사한 것으로의 연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취향이 되기도 하고 생각 또한 그러한 경향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콘텐츠 보여주기 알고리즘은 수요자의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체계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운영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한 번 접한 콘텐츠와 비슷한 것을 연속적으로 보게 되면서 해당 플랫폼에 접속하는 시간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20일에 비대면으로 열린 아시아문화포럼에서 문화사회연구소 김상민 소장은 '자동화 기술과 더불어 도래하는 우리 시대 문화의 위기들'이라는 발제에서 "우리는 기계적 알고리즘에 의한 취향의 최적화를 통해 취향 자체의 소멸을 맞이할 것"이라고 자동화된 미디어 시대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자동화된 미디어의 기능은 어떤 면에서는 편리하지만 '취향과 사고를 경향화'한다는 데서 위험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특히 유튜브에서 널리 유통되고 있는 특정한 정치적 성향의 영상을 연속적으로 듣게 되면 '세뇌'의 수준에 이르기도 하며 자칫 거짓 정보에 의한 '가짜뉴스'가 '세뇌에 의한 사실'이 되는 위험한 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에는 다른 진영에 대한 배척과 증오의 감정으로 발전하는 등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17년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OECD 국가 가운데 종교 분쟁을 겪고 있는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심각하다고 밝혔고, 우리 사회의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연간 82조 원에서 최대 246조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은 사회적 갈등지수를 선진국인 G7 수준으로 낮추면 실질 국내 총생산 성장률을 0.3%포인트 상승시킬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디지털 시대, 사고의 경향화를 방지하고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제 우리 사회는 접촉과 소통의 문화, 상호 존중과 다양성의 문화를 지향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감성과 사고로의 변화를 위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확산해 나갈 필요도 있다.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는 없으나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인간의 감정을 변화시킬 수는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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