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기에 제작돼 무너졌던 국보 제105호
왜 본래 있던 곳 아닌 데다 다시 세웠나

문화재를 비롯해 유명인들의 생가 등을 복원할 때 문화재가 있던 자리와 생가가 있던 자리에 복원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상식이자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산청군이 국보 제105호인 산청 범학리 삼층 석탑을 복제 복원하면서 삼층석탑이 발견되었던 곳과 동떨어진 금서면 동의보감촌에 세웠다.

이 탑은 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62년 12월 20일 국보 제105호로 지정되었으며 높이는 4.8m로 원래는 산청군 산청읍 범학리의 범허사라고 전해지고 있는 옛 절터에 무너져 있던 것으로 일제 강점기인 1941년께 대구의 일본인 골동품 상이 구입했었다.

이후 조선총독부 박물관으로 회수되었다가 광복 다음해인 1946년 미군 공병대의 도움으로 경복궁 안에 세워졌으나 1994년 경복궁 정비사업으로 다시 해체되면서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속에서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지난 2018년 11월 27일 진주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전시됐다.

산청군은 이 탑의 복제 복원에 총사업비 3억 1000만 원을 들여 산청읍 범학리 성장암을 사용해 3차원 스캐닝으로 복제부분 4.35m, 복원 부분 2.53m 등 총높이 6.68m의 탑으로 원래 높이보다 2m 이상 높게 복제 복원하여 최근 동의보감촌에 세웠다.

산청군이 문화재를 복제 복원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알리는 것에 대하여 그 누구도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산청군이 굳이 이 탑을 복제 복원하면서 왜 원래 있던 자리가 아닌 동의보감촌에 세웠는지 이 탑에 대하여 아는 사람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그리고 동의보감촌에 세운 것은 너무나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산청군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군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동의보감촌에 세웠으며 이 탑의 원래 모습을 보기 원하는 사람은 진주박물관에 가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산청군 관계자의 말처럼 이 탑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함이라면 동의보감촌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다니는 곳에 탑을 세우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소리마저 나오는 것에 대해 산청군은 무어라 답할지 궁금하다.

이와 관련해 한 주민은 "문화재라는 것은 있던 자리에 복원하는 것이 그 의미를 더 살릴 수 있는 것이며 특히 이 탑을 산청읍 범학리에 복원하여 이곳을 관광지화한다면 산청읍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산청군이 주민 여론이라도 한번 들어보고 나서 이 탑을 동의보감촌에 세운 것인지, 정말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산청군이 문화재를 아끼고 보존하고자 하는 마음은 좋으나 문화재 복원 사업이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기식이라면 문화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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