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경·부·울 숙원으로
이제 정부가 명확한 결론 내려야

동남권 지역 주민 민심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애초 지난 14일 발표 예정이었던 국무총리실의 김해 신공항 검증 발표가 한 차례 더 연기되면서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던 지역의 정치권과 여론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좌절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이번의 연기 사유가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기다리기 위함이라는 어설픈 변명은 그동안 총리실의 검증 지연으로 쌓일 대로 쌓여 있는 불신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남·부산·울산 지역 주민들은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희망 고문만을 되풀이하며 십수 년간 인내를 강요당해 왔다. 2002년 4월 15일 중국민항기가 김해 돗대산에 추락하는 사고를 계기로 안전한 대체 공항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논의된 동남권 신공항은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본격적인 검토가 시작됐다.

특히 당시에도 김해공항은 전 세계 공항 중에서 위험도가 5위에 들 만큼 이착륙이 까다로운 입지적 위험성뿐만 아니라 군 관제사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군 공항이라는 점, 인근 주택가의 항공기 소음 등의 여러 문제로 신공항 건설은 부산을 중심으로 한 경남, 울산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 되었다.

그러나 이후 여러 정권이 바뀌는 동안에도 동남권 신공항은 정치적 수단으로만 이용되었을 뿐, 800만 경·부·울 주민들의 간절한 외침은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되며 철저히 외면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더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거나, 어정쩡한 대안으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관문 공항이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지는 동안 인천국제공항은 동북아 허브공항을 지향하며 우리나라 전체 국제노선의 78%, 항공화물의 99%가 집중될 만큼 규모와 시설 면에서 압도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반면, 김해공항은 활주로의 규모와 터미널 수용능력의 한계로 말미암아 단거리 국제노선만이 운항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낡고 비좁은 청사와 이미 수용한계를 넘은 여객터미널 때문에 이용자들의 불평과 민원만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정부 동향을 살펴보면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신공항 건설보다는 지난 2016년 국토교통부가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통해 발표한 김해 신공항 확장 안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이미 김해 신공항은 그동안의 여러 검증과정에서 수요와 용량, 안전과 소음, 환경 등 전 분야에서 관문공항으로서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특히 계획된 V자형 활주로는 이착륙 시 급상승과 급강하로 말미암은 안전성과 소음 등의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비행안전성 실험 시에 승학산 주변 장애물 4곳과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김해 신공항에 대한 안전성과 민간 공항으로서의 기능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반쪽짜리 공항에 머물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정부가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부족한 안전성을 보완한 김해 신공항인지, 아니면 새로운 입지를 결정할 것인지 하루빨리 명확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유부단한 눈치 보기는 도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드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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