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터아리랑 : 유진수 회화 30년전'호평 속 마무리
민속 문화·한국적 정체성 담은 대표작들 관객 압도

"뜻깊었어요. 30년간 화가로 활동하면서 그려온 작품과 최근에 만든 신작까지 한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었거든요. 다른 어느 전시 때보다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전시였어요."

담담한 고백처럼 들렸다. 지역 화단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유진수(56) 작가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엔 기쁜 감정이 짙게 묻어있었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그림을 그려오다 13년 전부터 자신의 고향인 창녕에서 작품을 만들어온 유 작가. 그는 지난 17일부터 25일까지 창녕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된 2020년 경남메세나협회 기업-예술단체 매칭사업 지역작가 지원 특별전 '한터아리랑 : 유진수 회화 30년전'에서 작가 인생 30년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유 작가의 14번째 개인전이자 그의 대표작을 한자리에 차려놓은 전시였다.

▲ 조각보 기법으로 태극기를 그린 유진수 작 '한터 아리랑'. /갤러리 거제
▲ 조각보 기법으로 태극기를 그린 유진수 작 '한터 아리랑'. /갤러리 거제

90년대 화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붓을 놓지 않은 이유를 "밀려오는 감정"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유년 시절 느낀 따뜻한 부모님의 숨결과 원초적 미감을 작품에 빚어낸 '한터 아리랑' 시리즈를 선보였다. 유 작가의 '태극 사랑'이 다채로운 형상들을 펼치는 채움의 형국이었다면 이번에 내놓은 '한터 아리랑'은 비움에 대한 사유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지난 1995년부터 태극을 주제로 작업하면서 우포늪의 정기가 스며있는 황토와 자신의 추억이 서려 있는 재료들을 사용해 만들어낸 것이 한터 아리랑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한터 아리랑의 '한터'는 고향 창녕 유어면 대대리 마을의 우리말 지명에서 따온 이름이다. 삼태극이 곧 아리랑이라서 한터에 아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처음 열었던 개인전부터 태극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도 관련 작품을 전시했었다. 30년 동안의 작품 중 엄선된 것을 이번에 가져왔었다. 다른 어느 전시보다 반응이 좋았고, 관람객들에게 '30년간 제작된 작품 앞에 압도됐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말들이 굉장히 힘이 됐다. 성황리에 전시가 끝나서 홀가분한 마음이다. 다음 작업을 준비하는 데 이번 전시가 많은 힘이 될 것 같다."

▲ 유진수(왼쪽) 작가와 갤러리 거제 정홍연 대표가 '태극도의 변주곡'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갤러리 거제
▲ 유진수(왼쪽) 작가와 갤러리 거제 정홍연 대표가 '태극도의 변주곡'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갤러리 거제

유 작가는 전시장 안에 1~3부로 나눠 각기 다른 주제의 작품을 선보였다. 1부 '놀이하는 인간 Homo Ludens_ 상상과 창조의 샤머니즘적 표현이 원시적 미학으로'에서는 민속 문화를 담은 작품을, '생성과 순환의 무궁한 흐름의 전율_태극사랑'에서는 한국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태극'을 주제로 한 작품을, 3부 '비움의 조형 언어·한터 아리랑'에서는 조각보 기법으로 만든 태극기의 모습을 그린 작품 등을 내걸었다. 고향으로 내려온 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유 작가가 최근에 만든 작품도 다수 포함됐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 거제(Gallery Geoje) 정홍연(58) 대표는 "1년여 동안 준비한 특별전에 9일 동안 6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왔다"며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유 작가의 한터 아리랑은 고유명사처럼 돼 있는데, 이번 전시가 한터 아리랑을 새롭게 조명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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