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싸움 일어날 때 치열해지는 의원들
기대조차 하지 않는 도민 보며 성찰하길

경상남도의회에 출입하면서 쓰고 싶지 않아도 써야 하는 기사가 있다. 넉 달째 이어지는 '김하용 도의회 의장 불신임안' 처리 건이다. 본회의에 4번이나 안건이 올랐지만, 4번 모두 "더는 의사 진행이 어렵다"는 말과 함께 산회로 마무리됐다. 여전히 '미해결' 안건으로 남아 도의원들은 파란을 내포한 긴장 관계에 있다.

그런데 도민은 이상하리만큼 이 사태에 관심이 없다. 몇 번째 같은 안건으로 싸우는지, 기명-무기명 투표 방법이 왜 중요한지, 구속력도 없는 '김하용 의장, 장규석 제1부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먼저 처리하려는 복잡한 셈법은 안중에 없다. 의견을 구하고자 지역대학 정치학 교수에게 연락을 했더니, 도의회 갈등 상황에 눈길을 주지 않은 지 오래다.

왜 이 사태를 도민들은 술자리에서 안주로도 삼지 않는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같은 장면을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관심을 둬도 별수가 없더란 걸 알기 때문이다. "만날 그렇지" 하고 기대가 없기 때문일지도.

도의회는 단체장이나 기초의회보다 주민들 속에서 존재감이 약하다. 내가 사는 동네의 시의원은 알아도 도의원은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유권자들에게 한 표, 한 표 호소해 권한을 얻은 만큼 자신들의 주인인 도민에게 도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모양이다.

본회의장의 다른 장면을 또 보자. 각 상임위원회를 거쳐 온 조례안과 개정안은 상임위원장들이 순서대로 나와 줄줄 읽으면 찬반 토론도 없이 의장이 '탕탕탕' 방망이를 두드리고 무사 통과된다. 다른 상임위원들은 해당 상임위원들이 통과시킨 안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독소 조항을 발견하고 지적해 부결시킬 수도 있다. 모든 회기마다 치열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모든 회기마다 찬반 토론 없이 조례·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보는 도민 처지에서는 지루하기 짝이 없다.

때로는 싸우고 격론이 벌어지더라도 조례에 어떤 내용을 담는가에 따라 도민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는 도의회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또 본회의장이다. 때로는 싸우고 격론이 벌어지는데, 그때마다 '자리다툼'이 이유라면….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시작된 도의회 내 갈등 속 다양한 문제 제기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법과 회의 규칙은 포괄적이고 모호해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기'도,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기'도 해 이를 바로잡는 작업도 반드시 필요하다.

솔로몬이 있어 아버지가 방에 들어갔는지, 가방에 들어갔는지 가려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솔로몬은 갈등 당사자인 도의원들이다. 의장 불신임안 표결로 이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언덕이 10개라면 더는 본회의장에서 되풀이되는 다툼은 그만뒀으면 한다. 아무리 도의회 발전을 위한 문제 제기라고 항변해도 도민에게 그저 '자리다툼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사태에 도민이 왜 관심조차 주지 않는지 도의원들이 스스로 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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