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종 골수팬 간 비방전 어이 없는데
정치 이슈 댓글 전쟁 보니 더 참담

필자는 게임을 좋아한다. 사법시험 공부하는 몇 년을 빼고는 항상 게임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비디오 게임기 시장을 놓고 벌이는 기업 간의 전쟁인 게임기 전쟁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플레이스테이션 브랜드로 유명한 소니,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 강력한 닌텐도, 소니와 닌텐도에 비해 후발 주자이지만 모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막대한 자본력으로 커버하는 엑스박스 등 이 세 기업이 벌이는 삼국지는 각 게임기를 추종하는 팬덤까지 합세하여 세대가 바뀔 때마다 정말 난리도 아니다.

지난 7년간, 즉 8세대 게임기 전쟁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세계 시장을 거의 선점하다시피 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직접적인 경쟁자였던 엑스박스는 맥을 추지 못했다. 플레이스테이션4는 전 세계적으로 1억 2300만 대가 팔려나간 데 반해 경쟁 기종인 엑스박스원은 5000만 대도 못 팔았다. 닌텐도는 휴대 겸용의 하이브리드 게임기 스위치를 출시하여 독자적인 시장을 개척해 순항하고 있다. 그리고 노후화된 8세대 게임기들을 뒤로하고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 9세대 게임기들을 출시하려 한다.

게임기 시장은 항상 그래왔듯이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는 게 중요하기에 기업들은 자신들의 신형 게임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격, 성능, 다양한 게임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 등으로 고객들에게 우호적인 반응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항상 게임기 전쟁을 보면서 한숨이 나오는 건 팬덤이라고 하는 특정 게임기를 추종하는 골수팬들의 집요함과 선동력이 참 어마무시하다는 거다. 자기가 추종하는 게임기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뉴스가 뜨면 바로 댓글을 달아 물타기를 한다. 그리고 사실을 왜곡하는 댓글을 달아 상대 기종을 비방한다. 그 댓글들의 추천은 순식간에 올라간다. 게시물마다 서로 주고받으면서 난타전을 벌인다. 급기야 일부 극성팬들은 1:1로 붙어 막장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

그런 걸 보고 있노라면 한편으로는 어이도 없고, 또 한편으로는 모골이 송연해진다. 게임기 유저들은 대부분 30~40대 사회인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이나 젊은 층은 대부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게임을 하지 비디오 게임기로는 게임을 잘 하지 않는다. 속칭 고인물들이 노는 곳이 게임기 전쟁터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도 유치하게 고작 게임기 하나에 이 난장을 피우는 건지, 저런 정성으로 다른 생산적인 뭔가를 하는 게 본인들 인생을 더 윤택하게 하는 거 아닐까 괜한 오지랖도 든다.

그런데 사실 이런 댓글 파이팅은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뉴스에서 더 많이 본다. 특히 정치 이슈 하나 뜨면 거기에 박히는 댓글들은 게임기 전쟁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낯 뜨겁고 노골적이고 후안무치한 것들이다. 어이없는 댓글에 추천수가 순식간에 올라가고 그 댓글에 달리는 대댓글은 더 어이가 없다.

왜 저렇게까지 사람들은 특정 정치세력에 목을 매는 것일까. 그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간절하고 고결한 존재이기에 왜 그들을 위해 내가 욕받이가 되고 비겁한 변명을 날리고 추천이나 비추에 열심히 클릭을 하는 것일까. 최소한 게임기 전쟁의 골수팬들은 자기가 즐기는 게임이라는 취미생활을 위해서라고 그렇게 자위를 해본다 쳐도 포털 뉴스의 그 정신없는 댓글들과 추천과 비추의 향연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일까. 정치라는 게 도대체 무엇이관데 비정상적이고 광신적인 추태를 인터넷만 열면 보게끔 하는 것인지 그저 참담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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