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 계약직 노동자, 사생활 침해·따돌림·과중한 업무 성토
노조 "대표, 계약 해지로 덮으려고 해"…사측 "부당 지시 없었다"

거제 대우조선해양 밀폐구역 보안·관리 하청업체인 영안기업 소속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했다.

방해숙(51) 씨는 지난 1월부터 이 업체에서 밀폐구역 감시(밀폐공간에서 작업할 때 적정 환기량 등을 유지·감시) 업무를 맡았다. 10개월 계약직으로 오는 11월 2일 계약이 만료되는 방 씨는 지난 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는 직장에서 △과도한 사생활 침해 △관리자를 이용한 감시·통제 △따돌림 지시 △단체카톡·반 생산회의 등 공개적 자리에서 모욕 △부당하고 과중한 업무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방 씨는 "입사 후 몇 개월 뒤 반장이 음주·흡연·결혼 일자를 적어내라고 했다"면서 "회사 관리자는 규정이라고 말하며 퇴근 후 누구를 만나는지 전부 보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장은 내가 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직·반장 회의에서 업무상 문제가 있다며 공유했고, 휴식시간에도 동료와 함께 쉬지 말고 각자 따로 떨어져서 쉬라고 했다"며 "저와 같이 있거나 이야기를 나눈 동료에게 관리자는 '이야기하지 마라'고 주의를 줬다"고 밝혔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26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안기업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를 규탄했다.

영안기업 소속 노동자 방해숙 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방해숙
영안기업 소속 노동자 방해숙 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방해숙

지회는 "영안기업 직장 내 괴롭힘은 일상적인 형태로 매우 오래됐다"며 "문제가 심각함에도 고영훈 대표는 1인 시위에 나선 노동자를 계약 해지하는 것으로 문제를 덮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지회는 최근 영안기업 노동자와 퇴사자 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 참여자 18명(55%)은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고, 10명(30%)은 '직장 내 괴롭힘이 있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고 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괴롭힘을 직접 경험했다고 답한 노동자는 17명(52%)으로 나타났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관리자와 동료를 이용한 감시·통제(14명)', '공개적인 자리에서 모욕(7명)' 등을 들었다.

퇴직 노동자들은 '밖에서는 개인 만남인데 그것도 어떻게 알았는지 일절 모임도 못 하게 하고 회사 얘기도 못 꺼내게 한다'거나, '연차도 못 쓰게 한다. 부모가 돌아가시거나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한 것 말고는 무조건 출근해야 한다'고 증언했다. 걸음걸이부터, 화장, 작업복 입는 것까지 입에 오르내렸다고도 했다. 지회는 "직장 내 괴롭힘의 근본적인 원인이자 책임자인 고영훈 대표를 퇴출하는 것이 문제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한다"며 "통영고용노동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조사와 시정 권고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안기업은 "회사 내 안전행동 습관화 활동 카드 작성 때 기록을 위해 결혼기념일 등을 파악했다"며 "퇴근 후 업무 관련 조직과의 술·식사 자리로 말미암아 현장에 소문과 나쁜 시선이 있어 삼가도록 지도는 했다"고 해명했다. 또 "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한 적이 없으며, 업무량이 증가하거나 기간이 길어지면 감시자를 추가 배치하는 등 부당하고 과중한 업무지시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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