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피랑 마을 벽화 새롭게 꾸며
남망산서 빼어난 풍광 감상도

통영시 정량동은 시 전체 면적의 1%도 안 되지만 통영 여행의 중심 같은 동네다. 이미 관광지로 유명한 동피랑과 강구안, 통영중앙시장 외에도 요즘 개성있고 멋진 공간들이 속속 들어서며 여행객들에게 핫플레이스(hot place·인기 장소)가 됐다. 여기에 정량동 원도심에는 현지인이 많이 찾는 오랜 가게들도 많다. 그리고 남망산공원과 이순신공원은 시원한 풍경으로 최근 새로운 명소가 됐다.

정량동은 1998년 동호동과 정량동이 합동해 탄생했다. 예로부터 활기가 넘치던 곳이다. 통영 최대의 어항인 동호항과 조선시대 군항·일제강점기 무역항·해방 후 어항으로 자리 잡은 강구안 등이 있는 '수산업의 동네'다. 통영수산업협동조합, 멸치권현망수산업협동조합이 있고 유동인구가 많은 임항(臨港)답게 음식점과 주점, 유흥업소가 밀집됐다.

통영 하면 동피랑 마을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달동네였던 이곳은 원래 시의 동피랑 재개발 계획에 의해 공원으로 탄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시민단체 푸른통영21이 공공미술로 마을가꾸기에 나서면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동피랑 마을이 됐다.

최근 동피랑 마을이 새 옷을 입었다. 2년마다 벽화를 교체하는 벽화마을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마을로 태어났다. 통영시와 통영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지난 22일 제7회 동피랑 아트 프로젝트 '안녕, 동피랑' 개막식과 마을잔치를 열었다. 총 50팀이 지원해 선정된 자유공모 6팀과 시민참여벽화 2팀 등 총 8개 팀이 동피랑 마을을 새롭게 꾸몄다.

동피랑 입구. 송수찬 작가의 '나폴리에서 통영 8950'이 반갑게 사람을 맞이한다. 동양의 나폴리 통영과 실제 이탈리아 나폴리를 수채화풍으로 펼쳐놓았다. 마을을 좀 더 빙 둘러보면 그림도시협동조합의 '통영 예술가의 책가도'가 눈에 띈다. 민화 책가도를 빗대어 책장 사이 사이에 박경리·윤이상 등 통영 출신 예술인에 대한 오마주를 담았다. 더불어 통영에 사는 외국인 강사와 제자들이 지구촌 문화유산을 그린 작품도 멋있다.

▲ 남망산 디피랑.
▲ 남망산 디피랑. /이서후 기자

다음 목적지는 최근 남망산공원에 생긴 야간공원 '빛의 정원, 디피랑'이다. 디피랑은 디지털 피랑을 의미하는데 통영시민문화회관 벽면, 1.5㎞의 산책로가 미디어 아트로 새롭게 태어났다.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유료로 운영되며 오후 4시 이전에는 무료로 둘러볼 수 있다.

남망산에서 보는 풍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이곳에는 지난 1997년 개관한 통영시민문화회관과 유명 조각가의 조형작품 15점을 전시한 야외조각공원도 있다. 한낮, 디피랑에서 바라보는 통영항과 통영시민문화회관 앞에서 바라보는 통영항의 매력이 남다르니 둘 다 경험할 것을 추천한다.

▲ 남망산공원 풍광.
▲ 남망산공원 풍광. /이서후 기자

정량동 철공단지 뒤편, 바닷가에 솟아있는 망일봉을 중심으로 조성된 이순신공원도 명소다. 망일봉(望日峰)에는 '아침 해가 솟아오르는 산'이라는 의미가 담겼는데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는 선물 같은 하루를 선사한다.

<참고문헌>△<나의 사랑 정량동>, 정량동주민센터, 2020

 

■ 백철기 정량동장 "백년가게 46곳 가보세요"

▲ 백철기 정량동장.
▲ 백철기 정량동장.

통영 인구 12만 9000명 중 9200명이 모여 사는 동네, 정량동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모여있다. 정량동에 있는 남망산공원과 이순신공원, 동피랑 벽화마을 3곳을 합쳐 해마다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을 만큼 인기가 많다. 지난 7월 1일 정량동주민센터 동장으로 취임한 백철기(55·사진) 동장은 정량동을 통영의 '핫플레이스'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표현할 정도로 정량동을 호평한 이유는 뭘까.

"98년도에 동호동과 통합한 정량동은 통합 이후 통영시 명소가 됐다. 남망산공원은 연간 15만~20만 명, 이순신공원은 연간 40만~50만 명, 동피랑 벽화마을은 연간 72만 명의 관광객이 오고 있다. 통영 관광지 중 관광객 방문수가 가장 많은 곳이 정량동이다."

백 동장은 지역에서 30년 이상 영업한 상가를 이르는 '백년가게'가 밀집해 있다는 점, 항구를 중심으로 생기와 생동감이 넘치는 동네라는 점도 강조했다.

"정량동에는 강구안과 동호항이 있어 항상 배가 드나든다. 어업인들이 많이 살아서 생동감 있다. 백년가게 46곳이 몰려있다. 백년가게가 많은 이유는 항구 때문이다. 음식점, 호텔 등이 원도심에 400개 정도가 있는데, 주택 주변까지 포함하면 570개까지 상가가 형성돼 있다."

 

■ 서울 출신 김형석 씨 정량 정착

▲ 미륵미륵 김형석 대표.
▲ 미륵미륵 김형석 대표.

정량동 주민센터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는 서울 토박이인 김형석(45·사진) 대표가 운영하는 미륵미륵 맥주호스텔이 있다. 수제 맥주 판매와 숙소 운영을 함께하는 게 독특하다. 구체적으로 1층에서는 통영IPA, 미륵사우어, 거제바이젠, 남해스타우트 이렇게 4가지 수제 맥주를 판매하고, 2, 3층에선 객실이 있는 호스텔을 운영한다.

그가 수제 맥주와 호스텔을 연결하게 된 것은 스코틀랜드 맥주 브랜드 브루독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만든 호텔 독하우스 때문이다. 호텔 독하우스는 세계 최초로 맥주 양조장에 만든 호텔이다. 미륵미륵을 운영한 지 이제 2년 6개월째, 그는 우연히 통영에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아내 고향인 거제에 자리를 알아봤는데 잘 안 됐다. 그러다 거제 옆 통영이 눈에 들어왔다. 풍광은 거제가 더 좋았지만, 거제는 차가운 느낌이 있었다. 반면 통영은 사람들의 태도가 따뜻하고 좋았다."

광고회사에 다니던 김 대표는 원래 서울에서 맥주 양조를 공부했었다. 그런 그가 양조장이 아닌 맥주호스텔을 하게 된 이유는 뭘까.

"처음에는 양조장을 지어 운영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통영에서는 수제 맥주 양조장이 시기상조라는 생각 때문에 수제 맥주와 명상이 공존하는 문화복합공간으로 방향을 바꿨다. 개인적으로 전혀 연고가 없던 곳이라 처음에는 서울에 자주 갔었지만, 지금은 서울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잘 지내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