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려 희생한 민주화 운동가
교회 내부 잘못도 비판한 진정한 사제

삶의 방향을 결정 짓거나 바꿀 만큼 영향을 미치는 존경하는 인물이 계십니까? 제 인생에 영향을 준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그중에서도 큰 영향을 준 분은 '김영식 알로이시오' 신부님이십니다.

얼마 전 신부님 1주기를 맞이하여 추모식이 열려 많은 분이 함께 그리운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김 신부님은 알려진 대로 민주화 투쟁을 하신 운동권 신부입니다. 그러다 보니 종교에 관계없이 노동단체·시민사회단체·정치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모두 한목소리로 신부님으로부터 받은 도움과 감동적인 삶에 관하여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대부분 70, 80년대 어두운 시대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신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같은 천주교 사제로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제 삶에 큰 영향을 준 김 신부님의 모습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희생한 모습도 있지만, 그것보다 교회 내부를 향해 던진 돌직구였습니다.

다른 사람이나 조직, 사회의 잘못을 따지고 비판하기는 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조직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하여 싸운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예를 들면, 아직도 존경받는 꽃동네 설립자이신 오웅진 신부님의 잘못을 지적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오웅진 신부님은 많은 천주교 신자와 비신자로부터 살아 있는 성인으로 추앙받는 분입니다. 아무리 입바른 소리 잘하는 사람도 오웅진 신부님 같은 분을 비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김 신부님은 "너희는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오 복음 5장 37절)는 말씀을 실천하신 분입니다.

아무리 사람들로부터 추앙받는 이라도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그게 뭐 대단한가?"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이건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이 일로 인해서 김 신부님은 오웅진 신부님을 떠받드는 신자들로부터 '사탄'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사제가 사회 민주화를 위해 일하다 '빨갱이 신부'니 '나서기 좋아하는 자'라느니 하는 말을 듣는 것은 참을 만합니다. 하지만 동료 신부들로부터 "신부를 고발하는 덜 돼먹은 신부!" "니만 그렇게 잘났냐?!"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그야말로 지옥에서 울리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김 신부님은 그런 비난을 묵묵히 받아 내셨습니다.

자기 안의 잘못에 대하여 비판하지 못하면서, 밖에 대고 지르는 비판과 정의의 목소리가 어찌 아름답겠습니까?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시대의 기득권자인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을 비판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을 닮아 자신 안의 기득권을 과감히 비판한 '김영식 알로이시오' 신부님은 진정한 사제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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