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나라엔 오직 두 가지만 존재하는 거 같다. '내 편' 아니면 '네 편'. 구체적 근거에 기반한 균형있는 사고나 판단은 찾아보기 어렵다. 내 편은 항상 옳고 네 편은 항상 그르다. 내 편이 말하면 진실이지만 네 편이 말하면 거짓이다. 마침내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검찰? 법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특혜성 군복무 의혹이 검찰에서 무혐의로 결론 나면 뭐하나. 검찰도 내 편과 네 편으로 갈가리 찢겨져 있는데. 내 편은 기소되면 안되고 오직 네 편만 기소되어야 한다. 다음달 6일 김경수 경남도지사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 관련 항소심 선고공판도 결국 결론은 뻔하다. 유죄면 또다시 '사법 적폐' 운운으로 시끄러울 거고, 반대로 무죄면 '정권의 하수인' '친문 무죄'로 요란할 거다. 언론도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다. 내 입맛에 맞으면 정론이고 적 입맛에 맞으면 기레기다. '라임 의혹, 윤석열 검찰총장 배제한 독립적 수사가 맞다'는 제목의 사설이 나오면 뭐하나. 문재인 정권에 친화적인 〈한겨레〉 주장인데. '한명숙·채널A·라임… 추미애 세번 다 사기꾼 폭로에 지휘권 발동'이란 기사가 나오면 뭐하나. 문재인 정권에 적대적인 〈조선일보〉 보도일 뿐인데.

이런 '불신 지옥'에서는 힘있는 자가 행세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치권은 가장 힘이 센 '정권'을 잡으려고 그렇게도 애쓴다. 온갖 무리수를 서슴지 않는다. 이런 세상이 행복하다는 분들께는 할 말이 없지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께는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를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다 들어 있다.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예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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