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미국·중국의 기술패권 경쟁
국내 타격 큰데 편 따지기 논쟁 소모적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어느덧 9개월째, 언제 종식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코로나19는 우리네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국내 안팎으로 침체의 늪에 빠진 글로벌 경제상황을 비롯해 일상이 된 마스크,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장기화하면서 답답함과 우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속속 늘고 있다. 코로나19와 우울한 기분을 뜻하는 '블루'가 합성된 '코로나 블루' 신조어가 요즘 세태를 반영한 우리네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작금에 미중 간 경쟁이 기술 패권 경쟁을 넘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가 미중 간 다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가 이들 두 나라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나라로 국익이 침해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 그동안 중국은 '일대일로' 경제패권 전략과 함께 IT기술의 핵심인 '반도체 굴기'를 통해 기술패권국으로의 도약을 공언하고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런 중국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는지 최근 미국은 작심한 듯 내로라하는 중국의 글로벌 5G 정보통신업체인 화웨이에 대해 강력한 제재조치를 했다. 그 여파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가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는 등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가 늘고 있고, 통신장비의 핵심인 반도체 조달에 치명상을 입게 돼 화웨이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월간 사용자가 약 15억 명과 6억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중국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공유앱 '틱톡'과, 텐센트의 다목적 메시징앱 '위챗'에 대해 미국 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제2의 화웨이 사태'로 중국의 IT굴기가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에 대한 본격적인 미국의 공세는 시작됐고, 이미 루비콘강을 건넌 듯하다. 이번 사태로 기존 글로벌 밸류체인(GVC)의 혼돈이 확산하고 장기적으로 관련 기술시장이 위축될 수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의 제재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무역분쟁으로부터 시작한 미중 간 다툼이 환율전쟁, 기술패권 전쟁으로 확대됐다. 급기야 홍콩사태를 기점으로 이제 더는 미국의 국익이 침해되는 것을 감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이며, 제재 대상 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근간인 5G정보통신기술과 IT공유플랫폼기술이란 점이다. 빅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하는 핵심 연료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연료를 수집(IT공유플랫폼)하고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5G정보통신기술)하는 핵심 기술에 대한 제재는 고도의 정치적·전략적 접근이 아닐 수 없다.

우려스러운 점은 미중 간 분쟁이 글로벌 정치·경제 이슈와 맞물리면서 주변국 특히,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은 화웨이에 메모리칩을 공급해온 국내 반도체업계의 타격은 피할 수 없다. 지금처럼 극도로 혼란스러운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명견만리의 지혜는 무엇인가?

갈 길은 멀고 마음은 급한데 우리는 온통 코로나 이슈와 범벅돼 이편저편 흑백논리만 따지는 소모적 논쟁만 일삼는 것은 아닌지 냉철히 뒤돌아볼 일이다.

코로나 이슈 이면의 냉혹한 현실을 타개할 통찰과 혜안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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