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조사 30년 현동유적지 유물 대중 첫 공개
덧널무덤 출토 배 모양 토기 등 고급 유물 다수

1500여 년 전인 5세기 때 한반도 남부 가야 토기 장인들은 어떤 모습을 상상하며 이런 유물을 만들었을까.

가야 시대 상형토기의 최고 걸작품이 창원 마산합포구에 있는 창원시립마산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가야의 또 다른 항구, 현동'전(12월 13일까지)에 나왔다. 길고 가느다란 배 바닥, 완만한 곡선을 이루며 바깥쪽으로 길게 뻗은 뱃머리, 주구 모양으로 처리된 토기 좌측 끝 부분, 첨저선(V자형 구조의 배)을 연상케 하는 빼어난 조형미를 지닌 배 모양 상형토기다.

길이 29.2cm, 높이 18.3cm에 달하는 배 모양 토기는 창원 현동 덧널무덤(목곽묘) 387호에서 출토된 것으로 토기 곳곳에 사격자문, 삼각집선문 등이 멋스럽게 장식돼 있다. 뱃고리는 급격하게 꺾여 올라가고 바깥 돌출부에는 소뿔 모양 손잡이가 붙어 있다. 전체적으로 배 안은 액체류를 담아 따르는 주구형 토기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의례용으로 사용되던 토기로 추정된다.

▲ 창원시립마산박물관 '가야의 또 다른 항구, 현동'전에 전시된, 가야인 제작 배 모양 토기.  /최석환 기자
▲ 창원시립마산박물관 '가야의 또 다른 항구, 현동'전에 전시된, 가야인 제작 배 모양 토기. /최석환 기자

배 모양 토기는 첨저선 모양으로 제작됐다. 첨저선은 평저선(배 밑이 평평한 U자형 구조의 배)에 비해 파도에 잘 견디고 속도를 올리는 데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5세기 당시 현동에 살던 사람들이 바다를 항해할 때 평저선 대신 첨저선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토기다. 이 토기에선 원거리 항해에 필수적인 장치인 돛은 표현되지 않았다. 4세기 이전부터 가야와 왜의 철을 매개로 한 해상교역이 활발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덧널무덤 387호 출토품은 돛이 생략된 당시의 무역선을 축약해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고개를 든 낙타(또는 오리)의 자태와 표정이 돋보이는 상형토기도 이번 기획전에 전시됐다. 기다란 목, 흡사 오리를 연상케 하는 몸체에 고개를 들고 서 있는 낙타류의 가냘픈 머리와 목이 붙어 현실적인 미감을 안겨주는 유물이다. 창원 현동 335호 목곽묘에서 출토된 낙타 모양 토기는 죽은 자의 영혼을 이승에서 저승으로 인도하기 위해 사용된 제사용품으로 추정된다. 높이 8.1cm 크기의 이 토기는 몸통 형태가 오리 모양 토기와 유사하다. 다만 머리 쪽에 부리는 표현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해당 토기가 낙타를 표현한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발굴조사단에선 머리와 목의 형태를 고려해 이를 낙타 모양으로 판단했다. 원삼국시대부터 제작된 오리 모양 토기와 달리 오리 몸체에 낙타 머리가 붙은 상형토기가 국내에서 발굴된 곳은 현동 유적지가 유일하다.

이 밖에도 특별전에선 아라가야 계통의 토기류와 금관가야, 소가야 등 다양한 토기 양식 등 현동 유적지 유물 226점과 가야의 제철 관련 자료, 발굴 기록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유물들은 지난 1989년 창원대박물관이 발굴한 유물과 2010년 동서문물연구원, 2019년 삼한문화재연구원이 발굴한 것들이 포함됐다. 이번 기획전에는 삼한문화재연구원이 지난해 거제-마산을 잇는 국도 공사현장 주변에서 발굴한 상형토기(배, 낙타 모양 토기), 고배(굽다리접시) 등 토·도류 5400여 점, 세환이식(가는 고리 귀고리), 대검 등 금속류 3400여 점, 곡옥(굽은 옥) · 경식(목걸이) 등 옥석류 2000여 점 등 1만 800점이 넘는 고급 유물 중 일부가 전체 전시작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창원대박물관과 동서문물연구원에서 발굴한 유물 9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지난해 발굴된 유물이다. 현동 유적지 발굴조사에서 나온 가야 시대 유물이 기획전을 통해 대중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창원시립마산박물관 1층에 붙어 있는 유물발굴조사 현장 사진 .  /최석환 기자
▲ 창원시립마산박물관 1층에 붙어 있는 유물발굴조사 현장 사진 . /최석환 기자

임태경 창원시립마산박물관 학예사는 "30년간 진행돼 온 발굴조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전시를 열게 됐다"며 "1500년 전 해상교역의 중심지였던 현동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 전시를 통해 가야 문화권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도와 역사의식이 제고되는 기회가 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창원시립마산박물관은 기획전과 함께 현동 유적 전문가 특강, 창동예술촌과 함께하는 공예체험, 상형토기 입체 퍼즐 체험, 가야토기 3D프린팅 시연 행사 등 부대행사를 진행한다. 전문가 특강은 윤천수 삼한문화재연구원 부장의 '현동유족의 발굴성과와 의미'(오는 28일),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의 '가야의 또 다른 항구, 현동'(내달 11일), 이정근 국립김해박물관 실장의 '현동유적 출토 가야토기'(내달 25일)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공예체험은 박물관 야외광장에서 유물 무늬 가죽팔찌와 아크릴 조각 무드등, 상형토기 모양 책갈피를 제작 체험하는 방식으로 전시 기간 중 격주 토요일마다 개최될 예정이다. 오는 24일 오후 4시 박물관 야외광장에선 창원시립교향악단이 참여하는 힐링음악회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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