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투쟁 어르신들과 연대
밀양서 특별법 입법청원 호소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밀양 할매들 할배들'과 손을 맞잡았다.

"잘 계셨습니까?" "아이구 그럼예. 잘 계셨습니꺼?"

이들은 21일 오후 밀양시 상동면 금산마을 조원규(67) 어르신과 만나 안부를 나누었다. 몇 해 전 밀양송전탑 반대 어르신들이 경기도 안산을 방문해 하룻밤을 꼬박 새우며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었던 사이다.

이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세월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진실버스'를 타고 밀양을 방문한 자리였다. 2014년 같은 해, 한쪽은 금쪽같은 자식들을 바다에 묻고, 또 한 쪽은 765㎸ 고압송전탑 반대 농성 중이던 움막이 갈갈이 찟기며 행정대집행을 당했다. 그래선지, 이들의 목소리는 곧 높아졌다.

"변한 게 없어요. 세월호나 송전탑이나. 세월호는 7주기를 앞두고 있는데도 아직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았어요. 송전탑은 아직도 이 나라 곳곳에 세워지고 있어요."

▲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세월호 진실버스'를 타고 밀양에 왔다. 이들은 21일 오후 상동면 금산마을에서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 소속 조원규 어르신을 만났다. /이일균 기자
▲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세월호 진실버스'를 타고 밀양에 왔다. 이들은 21일 오후 상동면 금산마을에서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 소속 조원규 어르신을 만났다. /이일균 기자

앞서 밀양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말했다.

"기억하기도 싫은 2014년 밀양에서는 송전탑 행정대집행이 이뤄졌다. 참혹한 고통을 겪었던 그분들을 우리는 '밀양할매들'이라고 부른다. 다같이 국가에서 버림받은 상처를 함께 보듬으려고 오늘 밀양할매들을 만나러 왔다."

19일 창원과 진주에 이어 이날 밀양에서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 10만 명 입법청원운동을 호소했다. 특별조사위 활동기간 연장과 공소시효 정지, 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 기록물 공개 결의도 촉구했다.

고 권순범 학생 어머니인 최지영 씨는 "지난 6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전국 28곳을 방문하고 있다. 내년 7주기 전까지는 반드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게 해 달라"고 했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밀양지역 대책위' 황미경 위원은 "납득이 안 된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아이들을 잃은 지 7년이 다 돼 가는데도 이렇게 전국을 다녀야 하느냐"며 정부를 성토했다.

특히 '765㎸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박은숙 위원장은 "오늘 새벽에 아이가 지네에 물렸다. 여길 와야 하나 병원엘 가야 하나 고민 고민하다 여기 왔다. 나의 아픔을 어떻게 세월호 엄마들의 아픔과 비교할 수가 있겠나"라는 연대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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