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체계 오작동으로 발병
관절을 세균처럼 인식해 공격…염증 생겨 붓고 발열 증상 동반
치료 주안점 '관절 변형 중단'
내과 약물치료가 핵심 역할…파괴된 관절은 복구 어려워
문진·엑스레이 조기진단을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그렇게 잠을 설친 것도 아닌데, 왠지 피로가 덜 풀린 것 같고 일어나기도 싫다. 온몸의 관절은 죄다 욱신거리고 특히 손가락 관절에 통증이 느껴진다. 손을 몇 번 쥐락펴락해보아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통증 때문인지 몰라도 손가락 마디가 좀 부은 듯도 하다. 혹시 류머티즘성 관절염? 아는 게 병인지 괜한 걱정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퇴행성 관절염 가능성이 크다는데, 류머티즘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관절 척추 전문 병원인 마산 서울병원 박용수 원장에게 찾아갔다. 박 원장은 지난 7월 무릎 연골연화증과 관련하여 도움을 준 바 있는 전문의다.

▲ 마산 서울병원 정형외과 박용수 원장이 류머티즘성 관절염의 증상과 원인,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 마산 서울병원 정형외과 박용수 원장이 류머티즘성 관절염의 증상과 원인,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

-류머티즘성 관절염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요?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 일단 아프고 붓고 열이 나고 이런 증상은 기본적인 거고, 특히 류머티즘성 관절염에서는 젊은 사람에게 그런 증상이 많이 나타나요. 특이한 건 아침에 일어나면 손이나 발 관절이 뻣뻣해요. 우리는 그걸 조조강직이라고 해요. 1시간 이상 지속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환자가 아닌 분도 관절을 안 쓰다 쓰면 뻣뻣하거든요. 아침에 10~15분 정도면 풀리는데 1시간 이상 지속하면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해요. 피로나 무력감 등 부차적 증상이 있긴 해요."

-퇴행성 관절염과 어떻게 다른가요?

"퇴행성 관절염은 노화에 의한 질환입니다. 기계나 자동차 이런 것들이 노후화되면 마모되듯이, 기계로 따지면 연골은 베어링 같은 작용을 하는데 그게 닳아 버리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 몸은 재생되는 능력이 있어 젊을 땐 괜찮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 재생능력이 떨어지니까 새로 생기는 것보다 파괴되는 게 많아져 생기는 게 퇴행성 관절염이에요. 류머티즘성 관절염은 그런 게 아니고 어떤 병에 걸려버리는 거예요. 우리 몸에 외부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얘네들을 무찌르기 위한 면역체계라는 게 있어요. 코로나바이러스도 그런 게 있지만, 이런 것이 들어오면 항체라는 것이 생겨서 바이러스에 대응하거든요. 그런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이 면역체계가 고장 나버린 거예요. 어쩌다 고장이 났느냐, 내 관절이 마치 바이러스나 세균인 것처럼 인식을 해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내 몸을 공격해버리는 거죠. 그래서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해요. 내 몸에 대해서 오작동을 해버리는 거죠.

손가락의 경우 손가락 끝 마디에 통증이 오면 퇴행성일 가능성이 크고요, 가운데 마디에 오면 류머티즘을 의심할 수 있겠어요. 컴퓨터를 많이 두드린다 해서 류머티즘성 관절염이 오는 건 아니고요."

-활막세포란 게 있던데 무엇인가요?

"관절은 세 종류가 있어요. 활막 또는 활행막 관절이라는 게 있고 또 하나는 인대관절, 연골관절 이렇게요. 관절이라는 건 뼈들이 서로 붙어있는 부분을 가리키거든요. 어떻게 붙어있느냐에 따라서 세 종류로 나뉘어요.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관절은 활행막 관절이고요, 머리뼈는 인대관절. 움직임이 없이 딱 고정되어 있게 그 관절 사이가 인대로 이어져 있어요. 연골관절은 허리뼈나 이런 거 보면 디스크가 있겠죠. 이어지는 부분이 연골이거든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손가락 발가락 이런 건 활행막 관절이라 그러는데 이런 것들은 운동성이 크죠. 어깨도 한 바퀴 다 돌리고 하는 것처럼. 이렇게 되려면 그 안에 윤활유가 필요해요. 그런 것들을 생성해주는 게 바로 활행막이라 하는 거고 활막이라고도 하는데 그 활막을 구성하는 세포를 활막세포라고 해요. 얘네들이 관절 연골이라든지 윤활유를 넣어주는, 관절액이라는 것을 만들어줘요. 그래서 활막세포가 그런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치료의 주안점은 뭘까요?

"류머티즘성 관절염은 아까도 얘기했던 것처럼 자가면역체계 질환이라, 그 면역체계가 내 관절을 공격하므로 이것의 작동을 중단시키거나 약화하는 것이 치료의 주안점이죠. 우선 붓고 아프고 열나고 하는, 염증 증상을 치료하고 근본적으로는 자꾸 공격하지 못하게끔 면역체계를 바로잡아 관절 변형이 더 진행되지 않게 막는 게 치료 목표 중 하나죠."

-유전도 되나요?

"엄마 아빠가 다 류머티즘이라해도 나의 외부 환경이 괜찮으면 이상 없이 지내는 분이 많이 있고요. 유전이 가능하다고 일반적으로 보이는데 꼭 유전이 100% 되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지뢰 같은 경우 밟지 않으면 안 터진다 말예요. 마찬가지로 유전적 소인은 지뢰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외부적으로 뭔가 이거를 작동시키는 게 딱 맞아떨어지면 발현이 되는 거죠. 아무래도 유전적 소인이 있는 분들이 외부적 영향을 받게 되면 질병에 걸릴 확률이 굉장히 높죠."

-검사는 어떻게 진행하나요?

"문진하고 관절 상태를 보면서 진단이 이루어지고 거기에 엑스레이까지 하면 100% 진단 가능합니다. 혈액진단은 보조적인 역할을 해요. 병이 얼마만큼 심각하냐, 여러 류머티즘 중에서 어디에 해당하느냐, 이런 거를 알 때 저희가 혈액진단을 하고. 치료하면서 얼마만큼 치료 효과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예요. 하지만 피검사를 해서 전혀 이상이 없다 하더라도 이 사람이 류머티즘일 수는 있어요."

-류머티즘성 관절염 치료를 통해 완치될 수 있나요?

"완치라 하는 것이 감기 걸렸을 때 바이러스를 다 물리치면 완치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류머티즘성 관절염은 면역체계가 잘못돼서 내 몸을 이미 파괴했기 때문에 파괴된 관절이 다시 원상태로 될 수는 없어서 완치의 목적이 조금은 다르고, '관해'라는 용어를 써요. 관해라는 게 뭐냐면, 이 병이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증상이 없는 상태를 말해요. 완치가 아닌 관해가 목표죠."

-약물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데?

"류머티즘이 내과 질환인 이유는 약물치료를 하기 때문이거든요. 변형이 생겨서 수술이 필요하면 저희 쪽으로 의뢰가 들어와서 변형을 교정하는 수술을 하게 되는데, 자가면역이라는 병을 고쳐야 하므로 내과에서 여기에 맞는 약을 쓰는 거죠. 대체로 1차 약제와 2차 약제, 이렇게 둘로 나눠요. 1차 약제는 관절 염증에 대한 치료예요. 그래서 소염제가 들어가죠. 보통은 스테로이드가 없는 소염제라고 해서 NSAID라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쓰게 되고요. 두 번째는 스테로이드라고 하는 호르몬제가 쓰이게 되는데, 이건 강력한 염증 억제제예요. 대신에 호르몬이 들어가게 되면 내 몸에서 호르몬을 만드는 기능이 약해지기 때문에 장기간 쓰거나 오래 쓰게 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서 전문의와 상의해서 해야 합니다 이게 1차 약제고요. 2차 약제는 면역체계 자체를 무력화시키든지, 약화하는 그런 치료제가 들어가요."

-2차 약제는 최근에 많이 쓰인다는 생물학적 제제를 말하는군요.

"그다음 약으로 생물학 제제가 쓰이게 되는데, 화학적으로 만들어내는 게 아니고 백신처럼 유전자를 변형해서 만든다든지, 세포에서 얻어진다든지 해요. 차 문을 열어야 차를 탈 수 있고 시동을 걸어야 차가 가듯이, 많은 치료 단계 중에서 어느 한 단계라도 막히면 다음 단계로 못가니까 그걸 해결하려고 생물학 제제들을 사용하죠. 그런데 이게 면역체계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2차 감염 우려가 있어요. 이를 '기회감염'이라고 해요. 무슨 얘기냐면, 사람 몸이 정상이면 걸리지 않는 병인데, 정상적이지 않을 때만 감염된다고 해서 기회감염이라고 그래요. 이 약이 나한테 맞는지는 전문의 도움을 받아야겠죠."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예방하는 방법은?

"평소 느끼지 못하던 불편함이 관절에 온다, 그러면 병원을 찾아 진찰받아보는 게 좋죠. 초기에 발견하면 변형이 오기 전에 치료할 수 있으니까요. 더는 진행하지 않게 하는 거죠. 후유증이 남지 않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류머티즘성 관절염은 자가면역질환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조기에 치료할수록 약도 독하지 않은 약을 쓸 수 있어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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