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쟁 희생은 지방…실속은 수도권
지방대표 상원을 국회에 설치하자

부마민주항쟁 41주년이 되었다. 1979년 10월, 철벽같았던 유신독재체제가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5일간의 학생·시민의 대규모 도심시위를 계기로 무너졌다. 두 도시 전체가 민중의 거리 진출과 집권당인 공화당사·파출소 등에 대한 타격으로 들끓었으니 투쟁 열기가 굉장했고, 민초의 희생 또한 컸다. 부산에서 1000명, 마산에서 500명이 넘는 시민·학생이 현장에서 검거, 연행됐다. 그중 87명이 군법회의에 넘겨져 20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41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민주화는 어떻게 되었는가?

대한민국은 '광장민주주의'라고 불리는 민주화에 의해 대통령 직선, 지방자치 선거 등 절차적 민주주의에서는 많은 진전을 이뤘다. 그런데, 경제와 생활상 민주주의와 지방자치·균형 발전은 어떠한가? 1979년 수도권 인구는 전국 인구의 34.7%였는데, 40년 후인 2019년에는 49.9%이다. 같은 기간, 경남 인구가 전국의 7%에서 6%로, 부산 인구가 8%에서 6%로 떨어질 때 수도권은 오히려 50% 가까이 올라가버린 것이다. 이러한 인구 편중보다 부의 편중은 더 심하며, 권력 편중은 더욱 심각하다. 당연히 교육과 문화의 수도권 편중은 따라간다. 편중 아닌 분야가 없다. 억울하지 않은가?

역사를 돌아보자. 지방은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중요한 고비마다 피와 땀을 흘렸다. 4·19혁명도 마산의 3·15와 같이 지방에서 일어나서 중앙을 움직였다. 부마민주항쟁에서 연행돼 고초를 당했던 1500명이 넘는 민초들, 1980년 광주민주항쟁에서 스러져간 수많은 생명들, 이렇게 엄청난 희생을 딛고 이루어진 민주화 이후 40년의 모습은 수도권의 권력집중, 인구·경제·문화의 편중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희생은 지방이 하고, 실속은 중앙이 차지한 결과이다. 동남권 공항문제도 그렇다. 부산·울산·경남에서 김해공항의 불안전성을 제기하며 제대로 된 동남권 공항을 소리높이 외쳐도 중앙에서는 인천공항과 수도권의 교통이 중심이 되면 충분하지 남쪽 지방에는 규모 있는 공항은 필요 없다는 반응이다.

참으로 이상하다. 지방에서 대통령 나면 지방이 잘살 거라고 대통령을 밀어주었다. 대통령 직선 후 대통령은 영남과 호남 등 지방에서 나오는데, 갈수록 지방은 피폐해지고, 중앙은 권력과 부가 집중돼 비대해졌다. 잘못된 정치구조이자 국가구조이다. 뜯어고쳐야 한다.

독일은 우리나라 국회에 해당하는 연방의회에 지방(주)의 대표로 구성된 상원을 만들어 놓았다. 이 지방대표들이 국회가 지방을 무시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의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국회의원을 인구 기준으로 선출하니 수도권의 많은 인구에 따라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수도권 위주로 법과 예산과 정책을 만들어도 견제할 장치가 없다. 중앙은 더욱 살쪄가고, 지방은 피폐해지고 있다. 이러자고 민초들이 희생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전국이 균형적으로 발전하고, 지방자치와 분권이 이뤄져 지방에 살아도 괄시 당하지 않고, 수도권 부럽지 않게 살며, 지방 나름으로 자긍심을 가진 문화와 교육·복지를 누리는 것이다.

지방이 일어서서 독재를 무너뜨린 부마민주항쟁 41주년에 주장한다. 지방이 소외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지방대표 상원을 국회에 설치해야 한다. 개헌해야 한다. 지방대표들이 국회 상원에서 지방자치와 분권을 이루어가는 본질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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