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미 작가 인물화 17점 전시

법정 스님과 프란치스코 교황, 노무현 대통령과 이국종 교수, 봉준호 감독과 스티브 잡스, 오드리 헵번과 비틀스…. 종교와 정치, 의료, 예술계 역사에 굳건히 아로새겨져 누구에게나 익숙한 그들의 얼굴이 오밀조밀하게 얽힌 선과 면들 사이로 펼쳐진다. 대중이 신봉하는 명인들의 이미지가 뭔가 모를 편안함과 푸근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평생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수레바퀴를 돌리거나 그 수레바퀴 앞에 맞선 사람들.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어떤 감정과 의식이 자리하고 있었을까.

명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인물화 작업들이 김해 관동동에 있는 휴갤러리에 나왔다. 여기에 차려진 지은미(48) 작가의 개인전 '지은미'전에는 명인들의 이미지가 돋보이는 인물화 근작 17점이 내걸렸다. 유화, 먹, 아크릴 등으로 표현된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작가의 드로잉 위에 조각조각 그려졌다. 지난봄 무렵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작품들이다. 작가는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그린 작업과 더불어 추상 인물화도 함께 내놓았다. 캔버스뿐 아니라 강가에서 주워온 돌덩어리에도 인물화를 그려 독특한 느낌이 나는 작업을 완성했다.

▲ 김해 관동동 휴갤러리에 나온 지은미전 출품작 중 스티브 잡스 인물화.  /최석환 기자
▲ 김해 관동동 휴갤러리에 나온 지은미전 출품작 중 스티브 잡스 인물화. /최석환 기자

지 작가는 1991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뒤, 근래에는 인물화를 화두로 작업하고 있다. 개인 초상화를 의뢰받아 한 번씩 인물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지 작가는 의뢰받은 작업이 아닌 자기 화폭에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명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녹여냈다.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금 작업의 영감을 길어 올렸다고 털어놓은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인물화에서는 자신의 생각이 들어가면 안 돼요. 객관적으로 그려내야 하는 게 인물화라고 할 수 있어요. 갤러리에 오셔서 우리가 잘 아는 사람들, 익숙한 사람들이 그려진 작품을 보고 그림을 가깝고 쉽게 접하고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타인을 통해서 나를 보고 행복감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31일까지. 일·공휴일 휴관. 김해 휴갤러리(010-7472-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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