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경남 곳곳 돌아다닌 기록
감성·색다른 멋·정보 알차게 엮어

<경남도민일보> 독자라면 익숙할 법한 책이다. 이서후 기자가 2018년 3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매주 보도한 여행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느낌 여행'이라는 제목에서도 가늠할 수 있겠지만, 이 여행서는 누구나 한 번쯤 가보았을 법한 명승지 이야기가 아니다. 그야말로 발길 닿는 대로 가볍게 산책하듯 도내 곳곳을 돌아다닌 이야기다. 기사를 읽어본 이라면, 이 기자가 작은 것에도 얼마나 관심을 두고 그 느낌을 잘 기록했는지 공감할 듯하다. 느낌 여행, 이 기자는 2년여 여행 기사 제목에 왜 '느낌'이라는 단어를 넣었을까.

"어젯밤에 기분이 좋았어 바람도 음악도 생각도/ 손가락 사이로 충분히 솔솔 불어오는 것만 같고/ 그러다 문득 너무 높은 곳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기분을 보살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맘을 내려놨어/ 혼자서 느낌 여행을 해보네" 이 기자는 서문에서 김해 출신 인디가수 권나무의 오래된 노래 '느낌 여행'을 듣고서 비롯되었다고 했다.

"이 곡을 들으며 지난 여행의 어느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어쩌다 들어선 평범한 골목. 하지만, 적당한 기온과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 사선으로 비춰들어 오던 햇볕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져 최고의 풍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어쩌면 여행은 이런 순간의 연속일 겁니다." 그래서 그는 장소에 대한 여행 이야기보다 어느 장소에서든 그 순간에 느꼈던 감성을 표현하는 데 더 신경을 쓴 듯하다.

차례만 보아도 이 여행서의 성격이 어떨지 가늠하겠다. '창원시 교방동에서 문신미술관 가는 길' '의령군 군청에서 의병박물관 가는 길' '밀양시 삼랑진 기차여행' '남해군 지족마을 구거리 산책' '거창군 거창시장에서 거창향교 가는 길' 등 길을 걸으며 눈에 보이는 것들, 길에서 만난 사람과 나눈 이야기 등을 풀어냈다. 특히 그 지역에 얽힌 역사와 지명의 유래 등을 언급함으로써 산책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 통영 태평동 옛 주전골이라 불리던 마을 풍경. /경남도민일보 DB
▲ 통영 태평동 옛 주전골이라 불리던 마을 풍경. /경남도민일보 DB

이 책은 다만 산책의 느낌만 담고 있지는 않다. 차를 타고 이동하며 즐길 수 있는 여정도 소개하고 있다. '고성군 동해면 노을 드라이브' '거제시 둔덕면' '사천시 갯벌 드라이브' '창원시 진해해양공원 가는 길' 등. 여기에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곳도 찾아간 이야기도 담았다. 박경리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 나오는 통영의 지역들, <토지> 배경인 하동 최참판댁 일대, 소설가 김동리 작품 <무녀도> <역마> <황토기> <등신불> 등에 흔적이 묻어난 곳 사천 다솔사, 그리고 도시 전문가 허정도 박사의 책 <도시의 얼굴들>에 나오는 백석 시인이 걸어간 불종거리, 김수환 추기경의 미사길, 마지막 왕 순종의 행차길 등을 다녀본다.

어쩌면 누구나 예사로 다니던 길일 수 있다. 그런 곳을 다니며 색다른 멋을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그러함에도, 그러한 재미를 찾게 해준다.

"어느 곳이든 멋진 풍경 몇 가지 정도는 품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몰랐던 가깝지만 낯선 동네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어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일 겁니다."

이서후 기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이런 부탁을 남겼다. "때로 제 시선이, 생각이, 감성이 낯설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 책에 담긴 풍경과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풍경과 삶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경남도민일보 펴냄. 476쪽. 비매품. 문의 010-4561-9425(출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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