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열면, "놀라지 마시오. 이 책의 37페이지를 펼치면 컹컹, 책이 짖습니다"라는 글귀를 제목보다 먼저 접한다. 무슨 장치가 있어 보이진 않는데 설마 책에서 '컹컹' 소리가 날까. 믿지 않으면서도 37쪽을 펼친다. '뭐야? 무슨 소리가 난다고 그래!' 속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시가 시작하는 한 장 앞으로 되돌아간다.

'책과 개'. "소년은 책을 읽고 있다// 개는 소년을 읽고 있다" 이 두 연에서 개의 심정을 조금 눈치 챈다. 아니나 다를까. 개는 이렇게 생각한다. "저 책을 물어뜯어버리면/ 나랑 놀아줄까? 아냐, 사랑은/ 함부로 이빨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고 배웠어" 결국 개는 책 속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하필 그때 소년이 책을 덮어버렸다. 책 속에 들어간 개는 길을 잃은 게 틀림없다. 그러니까 "컹컹, 책이 짖기/ 시작했다"고 하지. 속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를 읽고 나니 책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나는 듯도 하다.

김륭 시인은 <경남도민일보>에서 칼럼 고정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집 <앵무새 시집>에는 '책과 개'처럼 상상의 세계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상상의 세계는 너무 기발해서 중간에 길을 잃어도 재미있다.

"코끼리를 처음 본/ 달걀이 첫눈에 홀딱, 반했다는/ 풍문이 있다" ('걀걀 달이 걀걀' 일부) 대체 달걀이 무슨 생각을? 이 시집은 2020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로 선정됐다. 김서빈 그림. 상상 펴냄. 159쪽.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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